▲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에 정박 중인 불법조업 중국 어선. 서해 꽃게어장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안고 있다. [자료출처-연평도 어촌계]

지난 4월부터 서해는 꽃게철을 맞았다. '꽃게 중에 꽃게는 연평도 꽃게'라고 할 만큼 6월 현재 연평도 인근은 꽃게를 잡기 위한 남북한과 중국 어선의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 지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해당돼 이맘때만 되면 군사적 긴장상태에 들어간다.

서해는 올해도 어김없이 군사적 긴장 고조돼

지난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은 모두 6월 꽃게잡이 조업으로 인해 촉발됐다. 교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지난달 27일 북측 단속정이 서해 NLL을 남하했다며 해군이 경고사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북한은 같은 날 최고사령부 중대보도를 통해 남측 해군과 해양수산부 소속 어로지도선이 먼저 자신들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을 4차례 침범해, 조난당한 부업선을 예인하고 돌아오던 비무장 연락선을 정조준해 40mm 기관포를 연발로 난사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북한 총참모부는 '서해열점수역'을 침범할 경우 조준타격하겠다고 통첩장을 발표했다.

육지와 달리 서해에는 해상 분계선이 존재하지 않는 근본적인 맹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은 NLL을 사실상 분계선으로 삼고 있고, 북측은 이와 다른 해상분계선을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어 지난 5일 서해 NLL 인근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남측 어선이 나포한 것을 두고 북한은 남측 해군이 연평도 인근 남측 어선 19척을 해상분계선을 넘어 밀어넣었다고 주장했다. "유치한 날조극이자 서해열점수역의 정세 긴장 격화"라는 것.

9일 북한은 남한군이 지난 7일 오후 2시경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서해 해상에서 무인정찰기를 동원해 북한 영공을 최대 10km까지 3차례 침범했으며, 같은 날 오후 5시 30분부터 5차에 걸쳐 해군 쾌속정 1척과 어선 4척이 북측 해상을 1.5km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사건은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어선은 지난 4월 이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총 216척에 이른다. 이중 연평도 북방에 141척, 소청도, 백령도 북방에 각각 43척, 32척 등이 조업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NLL에서 최단 1마일(1.6km), 최장 8.85마일(14.2km) 이남에 조업통제선이 그어져있고, 이 구간은 연평도 북쪽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남북 어선들 대신 중국 어선의 주요 꽃게 싹쓸이 지역이다. 분단선을 교묘히 악용해 NLL을 넘나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해군과 해경은 어선의 정상조업을 위해 중국 어선을 나포하려다 자칫 NLL을 우발적으로 침범할 가능성이 있다. 북측 해군도 자신들의 어선을 보호한다며 NLL 이남으로 침범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2차 연평해전의 발단은 꽃게를 따라 남하한 북한 어선이었다. 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북한 경비정이 NLL 근처까지 내려오면서 남북간 교전이 발생했고, 남측 해군은 6명이 사망했고, 북한 경비정 7척도 부서졌다.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예측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1.2차 연평해전 당시는 남북 간 화해무드가 무르익던 시기임에도 벌어졌다는 점에서, 현재 남북 대치국면에서 남북간 교전이 발생할 경우, 확전 가능성을 전혀 배제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심각하다.

꽃게철만 되면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는 서해 앞바다를 불법조업 중국어선으로부터의 피해를 막고 남북한 어민이 공존하는 평화의 수역으로 만드는 해법은 없을까. 해답은 지난 2007년 10.4선언에서 찾을 수 있다.

▲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지도. 서해NLL을 중심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해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이 담겨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서해 NLL 열점수역, '10.4선언' 공동어로수역 논의로 식혀야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에서 핵심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이다. '10.4선언' 3항과 5항에서 밝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은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나가며, 해주경제특구 건설을 통한 민간선박 직항로를 개설하고 한강하구를 공동으로 이용해 서해에서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자는 것.

특히, 남북공동어로수역은 서해 NLL 인근 해역 중 일부를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해 남북 어민들이 공동으로 조업해 공동이익을 향유하자는 계획이다. 즉, 서해상 특정구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제3국의 불법조업을 방지해 남북간 공동번영의 기반을 확충한다는 의미다.

이는 '10.4선언' 후속으로 열린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 측이 NLL을 기준으로 남북수역이 맞물리는 등거리, 등면적으로 설정한 직사각형의 4군데 수역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은 NLL을 기준선으로 남쪽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12해리 기점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제시했고, 이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더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2012년 '10.4선언 대화록' 공개사건으로 노무현 정부가 서해 NLL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남북공동어로수역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안보를 헤치는 행위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북공동어로수역에 대한 논의는 '10.4선언'이 처음이 아니다. 구체적 논의는 없었고 동해에 해당되는 내용이었으나 7.4남북공동성명 후속으로 공동어로가 언급됐고, 1982년 정부는 평화통일을 위한 20개 시범사업으로 '남북 어부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하여 자유로운 공동어로 구역을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1990년 남북총리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의 논의로 이어졌고, 1992년 당시 수산청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고 상호조업하도록 하며, 심지어 여건이 성숙되면 남북 수역에 서로들어가 어로활동과 양식을 하는 방안을 업무추진계획에 포함시켰다. 2005년 제1차 남북수산협력실무회의에서 서해공동어로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이 밖에도 2004년 남북은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 조치와 관련해 서해에서 남북한 함정간 공용주파수 설정 및 운영, △불법조업선박의 동향 관련 정보의 일일 1회 교환 등을 담았다. 여기서 중국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제3국이라고 표현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근원적으로 차단한 조치였다.

▲ 2007년 11월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과 같은해 12월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남북이 각각 제시한 공동어로수역을 종합한 지도. 노무현 정부가 서해 NLL을 포기했다는 일각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렇듯 서해 꽃게잡이 등 어업문제는 20여년이 넘는 남북간 공통된 의식에서 출발해 '10.4선언'에서 공동어로수역을 통한 평화수역화로 확대발전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조성사업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경시되고 있다.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남북공동어로수역 설정은 가장 완벽한 해결방안이다. 통일 이전에 남북한이 공동어로수역을 함께 관리하고 중국어선을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공동어로수역 설정이 서해 NLL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면서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NLL의 지위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두고 우리가 추구하는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서로 나누자는 것이다. 다만, NLL에서 무력충돌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즉, 개성공단이 군사분계선(MDL)를 무력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이익을 공동으로 창출했듯, 서해 공동어로수역은 NLL을 그대로 유지하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고 어족자원 보호를 통한 이익분배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노호래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도 "공동어로수역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평화적으로 분명한 진리에 가깝다"고 평했다.

3차 연평해전 막으려면 남북대화 필요

꽃게철을 맞아 남북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은 그래서 남북대화가 절실하다는 결론이다. 여기서 남북대화의 주제는 2007년 12월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의 내용에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단된 공동어로수역 설정은 곧 서해 NLL에 대한 논의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5월 초 열린 당 7차대회에서부터 서해 NLL을 '열점수역'으로 규정하고 남북대화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 당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군사분계선 일대 충돌위험 제거와 긴장상태 완화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했다.

나아가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공개서한에서 "외세에 의해 강요된 군사분계선과 서해열점수역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험악한 사태가 지속되면 될수록 무장충돌과 전쟁발발을 피할 수 없게 되어있다"며 남북군사당국회담을 제안했다. 인민무력부도 3개월만에 폐쇄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열고 두 차례에 걸쳐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 2007년 12월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남북은 서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지 못한 채 헤어졌으며, 이후 지금까지 더 이상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남측 이홍기 수석대표와 북측 김영철 단장이 악수하는 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북측의 대화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고 비핵화 조치가 대화의 전제조건이 된 상황에서 남북대화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고경빈 이사는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실현할 만한 여건과 의지가 현 정부에 있는지가 문제"라며 "새롭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추진할 만한 동력을 만들기 힘든 상황이다. 현 정부의 대북압박의지가 분명해서 당분간 실현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서해 꽃게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남측 어민들의 피해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올해 연평도 일대 꽃게 어획량은 5월 현재 51t 수준으로 예년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일 서해 NLL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두고 "먹장구름이 자주 끼면 반드시 비가 오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며 "계단식으로 확대되는 군사적 도발은 기필코 무자비한 보복대응을 유발시키기 마련"이라고 경고해 서해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이는 서해 꽃게철을 맞아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맞물려 자칫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서해는 다리에 가시가 있어 '곶(串)게'라고 불렸던 꽃게로 인해 6월 현재 3차 연평해전 가능성을 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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