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용산 미군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탐지 역량' 실험을 추진하려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 측과 국방부는 생물학적 작용제 샘플이 지난해 12월부터 반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ECBC는 최근 넉 달간 샘플을 수십개로 늘렸다고 밝혀 의구심이 증폭된다.
주한미군의 '지카 바이러스' 실험 추진의혹은 지난달 15일 미 육군 산하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 홈페이지에 실린 'ECBC 전문가들, 군사실험 역량강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촉발됐다.
글은 생물학전에 대비한 '주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근 넉 달간 주한미군 부대시설 3곳에서 실험하는 생물학적 작용제 샘플을 하루 두세 개에서 수십개로 늘렸으며, "용산기지에 지카 바이러스 탐지역량을 추가하는 방안도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이미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활성 탄저균 우편배달로 주한미군이 정부 몰래 탄저균과 페스트균을 반입해 실험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음에도 지카 바이러스도 반입하려던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성관계 등을 통해서도 전염돼 소아 소두증을 유발하지만 현재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남미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세계적으로 감염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주한미군은 지난 12일 입장자료를 통해 "미국 정부가 서울에 있는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에지우드 생화학센터에서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잘못 번역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또한 "ECBC에서 탐지 능력을 개량해 생물학 작용제에 대한 방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미 육군의 노력을 설명하는 글"이라며 "미군은 어떠한 지카 바이러스 샘플도 대한민국에 반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군이 현재 보유 중인 장비의 지카 바이러스 탐지 능력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미국 국방부가 검사용 샘플의 사균화 처리 과정에서의 과학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검사용 샘플에 대한 배송을 다 중단했다"며 "지난해 12월 17일 이후 현재까지 주한미군으로부터 샘플 반입 정보를 통보받은 사례가 없고, 미측도 어떠한 샘플도 반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ECBC가 최근 넉 달간 주한미군 부대시설 생물학적 작용제 샘플을 하루 2~3개에서 수십개로 늘렸다는 대목은 국방부의 설명과 배치된다.
문 대변인이 언급한 '지난해 12월 17일'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주한미군이 샘플을 반입할 때 한국에 발송·수신 기관, 샘플 종류.용도.양, 운송 방법 등을 통보한다'는 권고안을 승인한 시점으로, ECBC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반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한미군이 지카 바이러스를 반입하지 않았다는 해명에 의구심이 증폭된다. 게다가 '지카 바이러스'를 반입하지 않았으나, 실험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도 한 몫한다.
이에 한국진보연대는 논평을 통해 "참으로 가공할만한 일이다. 인구 천만 명이 거주하는 남의 나라 수도 한복판에서 어떻게 그런 실험을 한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리고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주한미군 당국은 지카바이러스 실험 추진과 관련한 일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한미군 측의 해명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의혹이 터져나온다는 것 자체가 소위 '동맹'이라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미군은 지카 바이러스 한국 실험 계획을 즉각 취소하고, 이 땅의 평화와 민족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