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북한이 36년 만에 노동당대회를 개최하면서 세인의 관심은 평양 4.25문화회관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민간 차원에서 중요한 두 건의 발표가 나왔다.

하나는, 북한발 발표로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이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5월 하순에 중국이나 편리한 시간.장소에서 갖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동절인 지난 1일 “8.15를 즈음하여 서울에서 제2회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자는 제안”에 화답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한발 발표로 6.15남측위원회가 5월 중순 중국 심양에서 ‘6.15공동위원회 남북해외공동위원장회의’를 갖자는 6.15북측위원회의 제안을 공개하고 ‘긍정적 수용’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대북접촉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는 북한의 핵 시험과 인공위성 발사 등을 이유로 민간 차원의 교류를 전면 금지시키고 있는 상황이고, 통일부는 지난 1일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대해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는 하겠지만, 현재 남북관계 상황으로 볼 때 적절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6일 6.15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회의 추진 발표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 핵 심험 이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이고 추가 핵실험도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적전분열”이라며 “북한에 이용당하기 딱 좋은 행사”라고 말했다.

나아가 “자기들(북측)은 평화 이미지이고, 마치 이 것에 불응하면 ‘반통일 분자’, 이런 식의 구도를 만들어가는 통전(통일전선) 차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면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론만 보면 지난 1일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과 같아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현 정부와 당국자들의 민간교류에 대한 몰이해와 폄하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부 만이 남북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독선도 엿보인다.

이 당국자의 사고방식으로는 북한이 5월 중순경 노동자통일축구와 6.15공동위원회회의를 제안한 것은 ‘통일전선 차원’이므로 ‘가치가 없고’, 만약 남측 민간이 응한다면 ‘적전분열’이 된다. ‘북한에 이용당하기 딱 좋은 행사’에 호응하는 것은 ‘절적하지 않다’는 것이며, 따라서 결국 불허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초 북한의 핵 시험 등으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민간교류 만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해 심경이 불편할 만한 상황이고,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정도가 현 정부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일 것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출구론’에 대해 “아직은 그럴 때는 아니다”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민간단체들이 북측의 제안에 호응해 나서면 ‘적전분열’이고 ‘북한에 이용당하기’라고 단언해도 될까?

먼저, 이 당국자를 포함한 정부는 민간통일운동에 대해 너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6.15남측위원회가 4월 21일자 북측의 팩스를 받고도 5월 6일까지 기다려 공개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가볍게 보지 않고 고심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당대회 이후 상황변화를 민간이 앞장서 이끌겠다는 의지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더구나 6.15남측위는 진보단체 일색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민관협력의 중심축인 민화협은 물론, 7대 종단, 많은 시민단체들까지 망라된 가장 폭넓은 연대조직이다. 그리고 대표상임의장은 이창복 전 국회의원이다. 6.15북측위 위원장 김완수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부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문익환 목사, 임수경 학생이 현행법을 어기면서까지 선택한 북행길이 통일의 문을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특히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 주석과 회담 후 발표한 ‘4.2공동성명’에는 6.15공동선언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씨앗이 담겼다. 2005년 평양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이 정부대표단장으로 참석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접견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이뤘던 일도 생생하다.

굳이 역사적 사실들을 들추지 않더라도 민간통일운동 진영을 북한에 이용당하고 적전분열이나 일으키는 골치 아픈 존재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민간은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더구나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고 이해하기 힘든 경우라도 함부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당국자의 한 마디, 더구나 언론을 향한 한 마디는 더욱 신중하고 무거워져야 하는 것 아닐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