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원미산에는 매년 세계적인 진달래꽃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진달래 축제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중국인들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고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연분홍색이나 하얀색의 진달래는 춘심(春心)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꽃이 먼저 피고 이파리는 나중에 피는 생태적 특성 때문에 봄이면 우리 산천은 울긋불긋해진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벚꽃이 아니라 진달래꽃, 매화, 복숭아꽃 아래에서 꽃놀이를 즐겼다.
꽃놀이는 생명의 찬미하는 행동이다. 새 생명이 태동하는 이른 봄에 꽃망울을 터트린 생명을 보고 느끼면서 생명의 역동성과 환희를 즐기는 것이다.
매화가 남성의 꽃이라면, 복숭아꽃은 여성스럽다. 진달래꽃은 사춘기 청춘들의 모습과 닮았다.

▲ 부천 원미산 진달래꽃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어떤 때는 꽃 반, 사람 반일 정도로 붐빈다. 사람들은 꽃을 보고 본능적으로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진달래꽃은 백성들의 가슴 속에 각인된 민족의 꽃이다. [자료사진 - 심규섭]
 

진달래는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피는 꽃나무이다.
참꽃이나 두견화라 불리기도 한다. 진달래는 진짜 달래꽃이란 뜻이다.
요즘 진달래에 붙은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란다. 근거가 있든 없든 간에 좋은 의미이다.

우리그림에는 화조도, 책가도 따위에 진달래가 등장한다. 책가도에는 이파리가 없이 그려져 있어 철쭉이 아니라 진달래가 확실하다.
또한 화조도에 이파리와 함께 그려진 진달래도 철쭉은 아니다. 먼저 피는 꽃과 나중에 피는 이파리를 함께 그려넣어 꽃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은 전형적인 우리그림의 화법이다.
또한 백성들은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고 불렀다. 이런 상황에서 개꽃인 철쭉을 그림으로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화조도에 들어가 있는 진달래는 다른 꽃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상징이 없다. 하지만 책가도에 표현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물에는 상징이 붙어있다.
하지만 우리그림에서 진달래의 상징이 뭔지는 뚜렷하지 않다.

▲ 여러 책가도 속에는 어김없이 진달래가 표현되어 있다. 반면 매화는 보이지 않는다. 진달래는 매화의 상징을 대신한 지조와 절개, 신념의 상징인 것이다.
반면, 책가도가 대중화된 책거리그림에서는 매화와 진달래가 동시에 표현되기도 한다. 좋은 것은 모두 모아놓는 대중그림의 특성이기도 하고, 진달래의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추정한다. [자료사진 - 심규섭]
 

현재 중국 쪽 기록에는 절제, 슬픔, 고통을 뜻하는 두견화 이야기가 전한다. 또한 1955년도 <경향신문>에 난 칼럼을 보면, 연분홍 진달래는 신념(信念)을 뜻하고, 하얀 진달래는 바라는 사랑, 구애(求愛)를 뜻한다고 한다.
책가도에는 주로 연꽃, 수선화, 모란, 진달래와 같은 꽃이 들어가 있다. 특히 연꽃, 수선화, 진달래는 빠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꽃이다.
가끔 매화가 추가되고 모란꽃은 빠지기도 한다.
모란꽃이 빠지는 이유는 ‘부귀영화’의 상징 때문이다. 학문을 하는 선비가 공동의 가치가 아닌 개인의 욕망이나 이기를 추구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선비의 꽃인 매화가 없는 것은 의아하다.

책가도에 매화가 그려지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면 이렇다.
먼저는 조형적인 문제이다.
매화는 커다란 꽃나무이다. 이렇게 큰 매화를 작은 책장에 넣는 일은 아주 불편하다. 책가도는 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동시에 크기의 기준이 된다. 책가도에 들어가 있는 모든 사물은 책을 기준으로 크기가 결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책장보다 큰 매화나무를 좁은 칸에 넣는 일은 불가능했다.
또한 매화를 꺾어 화병에 넣을 수도 있지만 정서상으로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매화가 꺾인다는 것은 신념이 꺾인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일한 신념의 상징을 가진 진달래로 대체했을 가능성이 높다.
진달래는 작은 꽃나무이고 꽃을 따서 화전을 붙여먹었기 때문에 정서적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화법의 원리에 맞춰 진달래꽃과 이파리를 동시에 그릴 수 있었지만 굳이 꽃만 그리는 이유도 꽃만 그리는 매화의 상징과 연결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무튼 책가도 속의 진달래는 신념과 절제의 상징으로 판단한다.
또한 진달래 꽃놀이를 하는 것도 신념과 절제를 통한 유유자적, 풍류를 즐기는 것이다.

김소월 시인의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을 통해 진달래꽃은 민족의 꽃으로 규정되었다.
1980년대 한창 남북통일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그때 남북통일의 상징으로 진달래가 등장했다. 통일에 배가 아팠던 사람들은 진달래가 북한의 국화이며 적화통일을 바란다고 어깃장을 놓았다.하지만 북의 국화는 진달래가 아니라 함박꽃(목란)이다.
아무튼 진달래는 개나리보다 늦게 피지만 새해의 전령사라고 불린다. 꽃은 젊고 담백하다.또한 진달래는 백두산에서부터 제주도 한라산까지, 전국에 빠짐없이 피는 꽃이다.이런 진달래의 특성이 통일의 꽃으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민족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달래가 가진 모든 꽃말이 동원되어야 가능하다
.통일을 절실히 바라는 [구애]가 있어야 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통일을 이루겠다는 [신념]이 있어야 하며, 통일의 성과를 백성들과 함께 나누는 [절제]가 필요하다.
마침내 통일을 이루어 우리 동포들과 모든 세계인들이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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