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빈 (파주 한빛초등학교 5학년)
나는 엄마랑 아빠랑 우리 가족끼리 주말에 어디 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 요즘은 아빠는 선거 때문에 바쁘고, 엄마는 합창 공연 때문에 바쁘고, 오빠는 사춘기라 친구들하고만 놀아서 어디를 자주 못 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랑 둘이 불암산에 갔다.
아빠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싫어서 집에서 가까운 심학산에 가자고 했는데, 엄마는 불암산에 가자고 했다. 아빠하고 오빠는 안 간다고 하고 나는 가고 싶기도 하고, 안 가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내가 안 가면 엄마도 안 간다고 해서 갔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엄마랑 단둘이 서울에 있는 당고개역으로 갔다. 엄마가 운전할 때 엄마가 내비게이션 길을 잘 볼 수 있게 내가 핸드폰을 들고 안내해줬다. 엄마가 “소빈이가 있어서 편하네”하고 말했다. 당고개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인사하고 불암산으로 갔다.
산에 올라가면서 엄마가 “소빈아, 저기 봐. 멋지지?”하고 자꾸 물어보는데, 나는 풀과 나무와 돌과 흙밖에 안보였다. 계속 가도 가도 돌계단과 모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등산화여서 안 미끄러운데 나는 운동화를 신어서 너무 미끄러웠다. 무서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갔다.
가다가 노란 꽃을 보았다. 나랑 엄마는 ‘산수유’인줄 알았는데, 어떤 이모가 생강나무꽃이라고 알려줬다. 나무 뿌리에 생강이 감자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는 상상이 됐다. 쉬고, 또 쉬고, 또 쉬어서 마침내 정상에 갔다.
다른 사람들은 먼저 하산하고 엄마랑 나랑 할아버지 한 분이랑 아저씨 두 명이 정상에 갔다. 정상은 계단을 오르고, 밧줄 잡고 바위도 타야 했다. 많이 무서웠지만 참았다. 그런데 정상에서는 엄마가 나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내려갈 때 경사가 급할 때는 뒤로 돌아서 가는 것을 배웠다. 바위에 있는 밧줄을 잡고 내려갔는데 잘 한다고 칭찬받았다. 정상에 있는 바위에서 내려올 때 할아버지가 나를 받아서 안아서 내려주고 엄마도 잡아줬다. 할아버지인데 나보다 산에 더 잘 올라가고 내려가고 힘도 세서 신기했다.
정상에 갔다가 먼저 하산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사람들이 시산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사상에 음식이 많았다. 족발이 있는 것도 이상했는데 돼지저금통이 있는 건 더 이상했다. 엄마가 원래 돼지머리를 놓는 건데 그걸 대신해서 돼지저금통을 놓은 거라고 설명해줬다.
시산제는 산에 있는 모든 산신령님께 제사를 지내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1년 동안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산행을 잘 해달라고 비는 것이라고 어떤 아저씨가 말씀해주셨다.
시산제가 끝나고 밥을 먹었다. 우리는 도시락을 안 싸가서 김밥을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도시락을 싸왔다. 음식이 많아서 나누어 먹었다. 나는 족발이 맛있어서 족발을 많이 먹었다. 어떤 아저씨가 산에 와서 먹으니까 엄마가 한 음식보다 맛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도 맛있고, 산에서 먹는 음식도 맛있다.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미끄러워서 엄마가 나를 계속 잡아줬다. 엄마가 도와주니까 기분이 좋았다.
다 내려와서 치킨집으로 갔다. 치킨이 맛있어서 엄청 많이 먹었다. 어른들은 치킨을 잘 안 먹어서 자꾸 나만 줬다. 오빠가 있었으면 안 남기고 다 먹었을 텐데….
집에 와서 목욕탕 가서 좋았는데, 이모랑 이모부랑 현준이랑 온 가족이 또 감자탕 집에 가서 피곤했다. 오늘(월요일)은 온 몸이 쑤시고, 학교에서 자꾸 눈이 감기고, 졸리고, 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