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금융제재 대상 대폭 확대, △해운 통제 대폭 강화, △수출입 통제 강화, △해외 북한식당 이용자제 등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2010년 5.24조치를 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마른 수건도 짜면 물기가 나온다는 식입니다.

게다가 남-북-러가 공동으로 진행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하고 러시아에 이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이는 분명 ‘제살 뜯기’까지 하면서 자해행위를 한 격입니다.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결정까지 더한다면 군사적 대응을 제외하고는 대북 제재로서 할 것은 다 한 셈입니다. 인도적 지원만은 지속하겠다고 했는데 이도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 분위기상 상당기간 지원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면서도 그야말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숱한 대북 제재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게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입니다. 왜 이런 발표가 나왔을까요. 정부는 북한의 해외식당 등 영리시설이 북한의 외화수입 경로 가운데 하나인 만큼, 한국 국민들과 재외 동포들이 해외 여행시 이 시설 이용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북한식당을 가는 게 불법은 아닐 것입니다. 단순한 시설이용은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상 의도나 목적을 갖는 접촉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금지’가 아니라 ‘자제요청’, ‘계도’라는 표현으로 발표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돈줄을 모두 막겠다는 것인데, 몇 푼이나 된다고 북한이 해외에서 하는 밥장사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에도 이런 지침을 주요 국가 공관에 내려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주이탈리아 대사관을 비롯한 10개 재외공관에 “밥값이 핵개발에 쓰인다”며 ‘교민, 관광객의 북한식당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가 한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멈칫한 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때는 약간의 염치라도 있었나 봅니다.

해외 북한식당이 어떤 곳입니까? 현재 북한식당은 12개국에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웬만한 식당에는 노래방 시설을 갖추고 있어, 북측 가요는 물론 남측의 대중가요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식당인 만큼 음식이 중요한데, 보통 냉면을 기본으로 하면서 북한 특산물을 재료로 요리를 하고 김치, 계란프라이, 잡채 등은 필수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백미는 맛난 이들 민족음식을 먹으면서 북측 여성 접대원들의 흥겨운 노래공연을 듣는 것이라 합니다. 이 정도면 해외 나들이를 하는 여행자의 여독을 풀어주고 또 민족감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겠지요.

정부는 이들 해외 북한식당의 연간 수익을 1,000만 달러 내외로 추정하는데 이 돈이 핵개발에 사용된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도 ‘개성공단 자금의 핵개발 전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북한이 하는 어떤 경제활동이든 거기서 얻는 수익은 모두 핵개발 비용에 들어간다는 논리인데, 이게 정상적인 사고입니까? 북한은 핵만 만듭니까? 농사는 안 짓고 옷도 안 만들고 집도 만들지 않습니까?

사람한테 가장 보수적인 것 중의 하나가 입맛이라고 합니다. 해외에 살거나 여행할 때 북한식당이 눈에 띤다면 조상 대대로 내려온 군침 나는 민족음식을 먹기 위해 출입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얼음장 같다고 해서, 일시적인 박근혜 정부가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북한식당에 들어가는 여행자를 막겠다니 여간 씁쓸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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