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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高臺山)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다<등반기> 6.15산악회 2월 산행 고대산
양호철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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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3  15: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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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철 / 양심수후원회 회원

 

   
▲ 고대산 정상에서. [사진제공-6.15산악회]

며칠 전 내가 가끔 다니는 산악회 산행에 참가하려고 일찍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왕십리역에서 상수역 가는 전철을 타려고 하는데 1분이 늦어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30분 후에 오는 다음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나로 인하여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쳐 죄송함이 계속 떠오른다. ‘1분의 미학’, 즉 1분이 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약속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1분의 미학’을 생각하며
 
2월 21일 6.15산악회 2월 산행은 경기도 연천군 신탄리에 있는 고대산(高臺山). 오늘은 절대 늦지 않으려고 새벽 일찍 일어나 전철을 갈아타며 동두천역에 도착하였다. 동두천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 동두천에서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통근열차 출발 시간보다 45분이나 일찍 도착하였다.

   
▲ 동두천에서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통근열차. 마치 1940년대의 옛날 기차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회원들이 연이어 전철이 도착하니 속속들이 집합했다. 각자 백마고지행 기차표를 매입하여 통근열차를 탔다. 약 1시간 가는 기차비가 천원이라 너무 싸게 느껴져 승무원에게 여쭈니 정책적으로 그렇게 운영하다고 했다. 

이 기차는 마치 1940년대의 옛날 기차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으며,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가들이 만주행 기차에 타고 나라를 구하러 가듯 우리들도 같은 느낌으로 이 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가 가는 양옆으로의 나지막한 산들과 맑게 흐르는 내천의 광경을 감상하며 가니 어느 듯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 신탄리역에 내리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신탄리역 앞에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는데 김재선 6.15산악회 총대장이 40년 전 여기서 군대생활하며 자주 애용했던 지금의 편의점 같은 점포이다. 그 당시 주인이 30대 중반의 예쁜 새색시였는데 지금은 벌써 70대 중반의 촌로의 할머니가 되어 있었고 두 분이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에 젖어 있었다. 옛 생각을 하며 김 대장이 연양갱 10개를 사서 나왔다.

고대산을 향하여

   
▲ 신탄리역. 예전의 철도 종단점은 신탄리역이었는데 몇년 전부터 백마고지역까지 연장됨으로써 이곳에 있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팻말이 없어졌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인원 체크를 한 후 고대산 쪽으로 향한다.

예전의 철도 종단점은 신탄리역에 있었는데 2012년부터 백마고지역이 북쪽에 생기면서 경원선이 북으로 조금 더 연장되어 이곳에 철도 종단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팻말과 같이 통일이 되면 원래대로 원산까지 계속 달릴 것이다. 통일기차를 타고 북녘 땅을 마음껏 달릴 그날을 기다리며...

고대산은 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멈춘 곳에 우뚝 솟아 있다.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으며, 금학산(金鶴山 947m), 지장봉(地藏峰 877m)은 물론 한탄강(漢灘江 136Km) 기슭의 종자산까지 광주산맥(廣州山脈)의 지맥들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한탄강은 강원 평강군에서 발원하여 김화, 철원, 포천, 연천을 지나 임진강(臨津江)을 흐르며 하류인 전곡 부근은 6.25전쟁 때 격전지이기도 한 피맺힌 한(恨)을 품고 오늘도 흐른다.

   
▲ 표범바위. 마치 표범이 바위를 할퀴고 올라간 듯한 자국이 날카롭게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일행들은 제3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중간쯤 오르니 표범바위가 보이는데 마치 표범이 바위를 할퀴고 올라가는 자국이 날카롭게 새겨져 있다. 표범폭포 부근에서 막걸리 한잔과 연양갱으로 힘을 보충하고 정상으로 향하는데 군데군데 군사용 벙커가 방치되어 있어 을씨년스럽고 삭막하기 까지 했다.

고대산은 서부전선에서 등산이 허용된 산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운 산에 속하며 앞쪽의 북한지역(강원도 평강군, 이천군)과 한국전쟁 최대의 격전지인 철의 삼각, 궁예가 새 도읍지를 주위에 쌓았다는 태봉국 도성지 등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상에서 김영식 선생님을 생각하다

   
▲ 고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철원평야 넘어 북녘땅이 보인다. [사진제공-6.15산악회]

2차 송환대상이며 만남의 집에 계시는 김영식 선생님이, 내가 알고 있기로는 강원도 이천군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처자식을 고향에 남겨두고 홀로 이곳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간절함이 북녘을 바라볼 때마다 제가 대신 마음이 미어온다. (저의 아버님도 고향(황해도 개성)이 북녘인데 그리운 고향땅을 살아생전 밟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계신다.)
 
3년 전 내 아내와 아내친구에게 김영식 선생님에 대해 애절함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여성한복 전문가인 아내친구분이 직접 디자인하고 감물로 물들어 손수 만든 고가의 한복 한 벌을 선생님께 선물을 했다. 나는 만남에 집에 갈 때마다 선생님께 아끼지 말고 한복을 입으시라고 독촉하곤 했는데, 고대산 정상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니 선생님이 고향 땅에 가실 때 입고 가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대산 정상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하산 길에 간단한 점심식사를 한 후 제2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칼바위 부근에서 칼바람이 불었지만 날씨는 괜찮았다. 내려오며 곳곳에 약간의 눈과 얼음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눈이 많은 산으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눈이 많이 안온 것 같다.

이번 산행의 또 다른 매력은 2년 전 역사기행을 갔을 때 가까운 현장에서 본 백마고지, 노동당사, 월정리역, 철원평야, 고석정, 학저수지 등을 고대산 정상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다.

산상강의와 뒤풀이

   
▲ 하산길에 뒤돌아본 고대산 정상. [사진제공-6.15산악회]

하산 후 정자 옆 내천 잔디밭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산상강의를 했다.
 
오늘의 강의는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께서 했다. 이 대표는 고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의 철원평야와 북녘의 산야는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한데 작금의 국내외 정세는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 처해 있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하였다.

강의를 마치고 신탄리역 근처에서 뒤풀이를 했다.

오늘의 메뉴는 오리주물럭구이였는데 강원도 특유의 음식인 돼지감자를 비롯한 참나물, 쑥, 부추무침과 더덕구이, 도라지, 마(麻) 등 싱싱한 채소 맛이 일품이었고, 마지막으로 나온 수제비 오리탕은 속을 풀어주는 느낌이 있어 괜찮았다.
 
오리고기와 기울이는 술잔은 고된 산행의 피로함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지우고 싶은 일배인 것 같아 씁쓸함마저 든다.
 
이번 산행은 남북 대치정국의 어지러움을 잠시나마 잊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북녘하늘을 한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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