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5일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주장을 번복해 난리가 났습니다.

홍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야당 의원들의 개성공단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유입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자금이 들어간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고 한 발 뺐습니다. 나아가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나왔는데 제가 근거자료를 공개하기 힘들다고 한 적도 없다”고 아예 온 몸을 뺐습니다.

앞서 홍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정부 결정을 발표하면서 그 근거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2일 홍 장관은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자금 전용 근거를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고 했으며, 또한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질문에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를 해 드렸다”고 답했습니다.

분명 12일에 북한의 개성공단 자금 전용 자료가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15일에는 이를 모두 전면 부인한 것입니다. 야당 측에서 홍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며 즉각 해임을 촉구한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홍 장관의 발언과 해명이 이처럼 180도 다르게 나타난 것에 대해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딜레마입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근거가 사실임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자료의 유무에 관계없이 앞에도 나왔듯이 ‘자료는 있는데 공개할 수는 없다’고 버티면 됩니다. 이런 모습은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자금 전용이 사실일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 전용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대준 것이 되고, 나아가 이는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을 위반한 것이 돼 심각한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정부로선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통일부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며 팽시키는 게 낫겠지요.

다른 하나는 역부족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때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카드를 만지작거린 정황이 있으며, 결국 로켓이 발사되자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하기에 앞서 통일부는 잠정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통일부가 단절에 앞장서고 싶진 않았겠지요.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결기 앞에 역부족이었겠지요.

어쨌든 딜레마에 빠져 용을 쓰는 홍 장관의 모습이 영 안쓰럽습니다. 더구나 TV 화면에 나타난 홍 장관의 얼굴은 입술 위에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내키지 않은 일을 총대를 메고 해야 하니 말을 바꾸기도 해야 하고 또 입술도 부르텄겠지요.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유탄을 맞고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영 안쓰럽다 못해 비애감마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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