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사태를 두고 남북관계가 김대중 정부 시기인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느니, 노태우 정부 시기인 1988년 7.7선언 이전으로 회귀했다느니 하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역주행했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남북관계가 경색기로 들어간 게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빙하기로 접어든 것입니다.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로켓(위성) 발사 두 방으로 박근혜 정부가 취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사드 도입 그리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으로 급기야 한반도에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사실 대북 강경론자인 이명박 정부 때도 개성공단만은 건재했습니다. 당시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가 있었으며, 특히 천안함 사건이 발생해 5.24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면서도 개성공단만은 예외로 뒀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두고 4월 총선을 앞둔 북풍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개성공단이 어찌해서 사실상 문을 닫게 되었는가요? 개성공단의 폐쇄 과정을 목도하면서 왜 이리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가 크게는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과 북의 시각차에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남측 각 정부에서의 시각차 때문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이자 경제협력의 주요 사업으로 시작돼,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 12월에 첫 제품이 생산됐고 이후 계속 확장되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개성공단이 평화의 지대이자 남북 경협의 현주소였던 셈입니다.

북측의 경우, 개성공단 조성을 위해 전략적 군사요충지인 이 지역의 부대를 뒤로 물러서게 할 정도였으니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도 비슷합니다.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1일 성명에서 남측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선언이고 역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으니까요.

문제는 남측에 민족화해 정부가 아닌 민족대결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시 북측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 그리고 천안함 사건을 겪으면서도 그나마 개성공단만은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경제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그래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애환을 알아서인지 개성공단만은 노터치였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은 인정사정없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개성공단에 대한 시각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그 이유로 개성공단 자금을 북측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제조에 들어가는 ‘돈줄’로 파악한 것입니다. 개성공단을 남북화해의 상징이 아닌 북측의 돈줄이라는 일방적이고도 천박한 인식을 한 것입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라면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와 관련된 이제까지의 모든 언사들은 재고돼야 마땅합니다. 박 대통령은 2013년에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제1항에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음에도 이번에 이를 어겼기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반도 불신프로세스’로 그 정체를 드러냈으며, 남북관계의 완전 단절을 자초했기에 ‘통일 대박론’은 ‘통일 쪽박론’으로 전변되었습니다.

엄중한 것은 박 대통령의 그간 언사 중에 바뀌어 질 게 아직 많다는 점보다는, 이는 이제 사소한 게 되었기에 그보다는 한반도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고 남북관계가 40여 년 전인 박 대통령의 부친 시대로 회귀했기에 남북대결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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