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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개성의 역사문화유적을 만나는 여행<화제의 책> 문광선의 사진으로 보는 『세계문화유산 개성』
정창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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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2  10: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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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민족21〉대표, 국민대 겸임교수)

 

   
▲ 한국전쟁의 참화를 피해 간 개성 민속거리 전경. 북한 당국의 역사문화유적 보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진제공 - 역사인]

13년 전인 2003년 2월 23일 강만길 교수, 조동걸 교수 등 원로 역사학자와 함께 처음으로 개성을 답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왕건릉에 직접 들어가 출토 유물과 벽화를 직접 봤던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평양을 거쳐 개성에 가거나 서울에서 차를 타고 개성에 갈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갈 때마다 개성의 역사유적들은 새롭게 다가왔다.

‘군사도시’적 성격이 강했던 개성

개성지역에는 고려의 도읍지였기 때문에 북한 내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많은 역사유적이 남아 있었다. 6.25전쟁 기간 휴전회담이 열린 지역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격 피해도 적었다.

   
▲ 201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2개의 역사유적에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알리는 표식비가 세워져 있다. 표충비는 조선시대에 건립된 비석으로 고려 말의 충신 포은 정몽주의 충절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제공 - 역사인]

개성의 역사유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무덤유적이었다. 이것은 개성이 고려 500년의 기간 동안 수도로 사용되면서 왕족들의 능이 개성 일대에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시대 당시의 국교였던 불교와 관련된 사찰, 수도를 방어하기 위한 성곽을 비롯한 다양한 군사시설, 고려시기의 다양한 관청들의 건축물도 다수 남아 있어 찬란했던 고려의 문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개성의 역사유적 중 왕건릉, 공민왕릉, 선죽교 등은 비교적 잘 보존,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려성균관을 활용한 고려박물관은 남쪽 역사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물 관리가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였다. 국보유적으로 관리돼야 할 고려성균관 건물을 방문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 박물관으로 활용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특히 개건된 왕건릉과 공민왕릉을 제외한 다른 왕릉과 그 주변의 보존 상태는 매우 열악해 보였다. 역설적으로 왕릉의 바로 앞에서 옥수수가 경작되고 오랜 세월 초목이 우거진 상태로 석물과 함께 방치된 개성 부근의 고려 왕릉과 유적들은 도시화의 물결을 피해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개성 부근의 절터를 비롯한 다른 유적들도 비슷한 상태일 것이다.

사실 더욱 충격을 준 것은 개성의 전반적인 환경이었다. 개성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에 자리 잡고 있고, 북한의 행정구역상 직할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개성이 상대적으로 잘 개발되고 소득수준도 높을 것으로 지레 짐작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군사분계선까지 1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개성은 ‘군사도시’적 성격이 강했고, 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개성에 개성공단이 조성돼 남과 북의 협력을 상징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3년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2개 역사유적을 중심으로 개성이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남과 북이 함께 일궈낸 세계문화유산 지정

   
▲ 고려왕조 500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고려성균관. 지금은 고려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제공 - 역사인]

북한은 1990년대에 들어와 왕건릉(1994년)을 비롯해 일부 왕릉과 유명인물의 무덤을 개건하거나 복원했다. 개성시는 2000년 5월 연암 박지원과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리는 명기(名妓) 황진이, 문익점의 손자인 문래의 묘를 각각 복원했다. 이때를 전후해 북한 당국은 개성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개성역사유적지구(Historic Monuments and Sites in Kaesong)’는 2000년 5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었다. 이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남북 간 협력 논의가 이루어져 2005년 11월 개성에서 ‘개성역사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원을 위한 남북공동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개성의 역사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고 보존 관리하기 위해 남과 북이 협력하는 것에 합의하였으며, 2006년 1월 개성 역사유적 발굴에 대한 포괄적 합의서가 남과 북 사이에 체결되었다.

2007년 1월 북한은 ‘개성역사유적지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을 했으나 2008년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반려(deferral) 판정을 받았다. 3년 뒤 북한은 지적사항이었던 유적지역 경계를 재설정하고, 완충지역을 설정해 세계유산 등재를 다시 요청했다. 마침내 2013년 6월 23일 제3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프놈펜 회의에서 개성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북한은 2004년 고구려 고분군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했다. 개성역사지구의 민족문화유산은 남과 북 공동의 발자취이자 우리 민족이 남긴 유형․무형의 가치 있는 유산이다.

남한이 보유하고 있는 12건과 함께 한반도 전체에 총 14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등재하게 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개성이 ‘군사도시’적 성격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역사유적지구는 494.2헥타르(약 150만 평)이며 완충구역은 5222.1헥타르(약 1억5800만 평)의 규모이다. 여기에는 개성남대문, 개성성 성곽, 숭양서원, 표충비, 선죽교, 고려성균관, 만월대, 왕건왕릉, 공민왕릉, 개성첨성대, 칠릉떼, 명릉떼 등 12개 개별유산이 포함되었다. 이들 유적의 대부분은 북한에서 국보유적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고, 칠릉떼와 명릉만 국보유적보다 급이 낮은 보존유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개성의 세계문화유산

   
▲ 문광선, 『세계문화유산 개성』, 역사인, 2016. 220쪽, 22,000원. [사진제공 - 역사인]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개성에 자유롭게 갈 수가 없다. 한 때나마 누구나 개성을 방문해 일부 역사유적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2007년 12월 5일부터 남쪽의 누구나 고려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는 개성관광이 시작됐다. 비록 금강산관광 중단의 여파로 1년여만에 중단됐지만 11만명 이상의 남쪽 관광객이 하루 일정으로 개성을 다녀왔다.

벌써 개성관광이 중단된 지 7년이 넘었다.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재개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개성』(역사인 출판사)의 출간은 대단히 시기 적절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 책은 2013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북한의 세계문화유산인 ‘개성역사유적지구’에 망라된 역사유적과 개성시 안의 다른 문화재들을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보여준다.

특히 개성관광을 통해 접할 수 없었던 연암 박지원의 묘, 화담 서경덕 묘, 황진이의 묘, 6.25전쟁의 참화를 비껴간 ‘보존거리’(개성의 남대문으로부터 송악산 기슭까지 약 2㎞구간에 조선기와집들로 이루어진 구간), 고려 왕족 무덤떼 등을 사진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 담긴 개성지역의 역사유적들에는 다양한 문명의 ‘교류와 융합’을 보여준다. 개성이 보여주는 ‘교류와 융합’의 가치가 아직도 대립, 갈등하고 있는 남과 북의 마음을 열고 민족동질성을 공유할 수 있는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단 상황에서 개성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역사유적을 사진에 담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자는 30년 넘게 일본에 있는 <조선신보>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이 같은 어려운 작업을 해왔다.

그는 무려 수천 장의 사진 속에서 개성의 역사문화유적을 소개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진들을 선별했다고 한다. 이제는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사진을 정리해 남쪽의 독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준 저자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이 책의 출간이 남과 북의 문화교류 활성화와 개성관광 재개에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하며, 통일교육 현장에서, 역사공부의 현장에서 이 책이 많이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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