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이라면 지난 연말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비서 겸 통전부장의 뒤를 고스란히 잇는 것으로 명실공히 새로운 대남총책이 등장한 것입니다.

김영철 신임 비서 겸 통전부장의 등장은 두 가지 점에서 다소 의외입니다. 하나는 김양건 사후 누가 대남담당 비서와 통전부장을 맡을지 관심사였는데, 북측의 대남관계 인재 풀로 봐서 통전부장은 시급히 내세우겠지만 대남담당 비서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참고로 노동당 비서는 전문부서의 부장보다 높은 직책으로 사실상 총비서인 김정은 제1비서를 직접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전부장 후보로 통전부 부부장인 원동연과 맹경일 또는 조국전선 서기국장인 김완수 등이 거론됐으며, 대남담당 비서로는 그 무게감과 전문성에 비쳐 역대 비서인 허담, 윤기복, 김용순, 김양건 등에 비견될 만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놀라움은 앞의 역대 대남담당 비서들처럼 외교분야나 국제문제에서 커온 게 아니라 군부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철이 대남담당 비서와 통전부장 자리를 꿰찬 점입니다. 군 출신이 당 비서로 임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게다가 남측은 김영철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그리고 지난해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군부 출신에다가 호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가 대남총책에 앉으니 남측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북측의 대남사업이 남북대화보다는 대남공작과 남남갈등 유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우려 말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드러난 경력을 보면,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남북대화에 관여한 군부 내 대표적인 대남통이기도 합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남북총리를 단장으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 때 북측 대표단으로 참여했으며, 특히 남북 화해시기인 2006~2007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때 북측대표로, 2007년 남북 국방장관회담 때 북측 대표단 등을 맡아 남북대화에 관여했습니다. 그리고 남북 대립시기인 2009년에 대남공작 사령탑인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됐습니다.

그는 남북대화 본격화 시기부터 시작해 화해시기와 대립시기를 거치며 25년 넘게 협상과 공작을 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군사문제에 정통한 대남전문가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남북관계의 근본문제는 군사문제이며, 대개의 현안들도 군사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따라서 김영철의 등장은 북측이 향후 대남사업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예고이기도 합니다. 남북간 교류 협력도 하겠지만 그와 아울러 군사적 긴장해소도 병행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무엇보다 북측 당국이 김양건 사후 비교적 빠른 시일에, 그것도 수소탄 시험 후 곧바로 대남총책을 새로 내세웠다는 것은 그만큼 남북관계를 조속히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분명 북측은 5월에 있을 노동당 7차 대회를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치르고 싶진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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