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선 / 6.15산악회  총대장

 

▲ 올해 신년 산행인 북한산 형제봉 오르는 길에 찰칵. [사진-6.15산악회 제공]

오늘 등산 목적지는 북한산 형제봉이다. 그리고 집결지는 옛 북악파크 호텔 앞이다. 신년 산행은 대개 이 자리에 모여서 산행을 했지만 6.15산악회가 결성되기 전부터 이곳은 양심수후원회의 단골코스다. 2000년 9월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이 신념의 고향으로 송환되신 장소이기 때문에 북악파크 호텔은 우리에겐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옛 북악파크 호텔부지는 무슨 연유인지 판넬로 높이 담장을 쳐 그 안에 뭐가 있는지 10여년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 볼 때마다 을씨년스럽다. 새해 들어 첫 산행인데 열세 사람만 모였다. 아마 이틀 전 별세하신 신영복 선생 문상 때문에 불참한 회원들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악터널 방향으로 조금 오르니 이내 형제봉 능선에 당도한다. 암릉으로 된 등산길이 좀 험하기는 하지만 우리 회원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가보다. 형제봉 오르기 직전 바람막이가 돼준 큰 바위 옆에서 한정아 회원이 손수 준비해온 맛있는 꼬막 안주에 막걸리 한 잔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용 한번 쓰고 올라가니 바로 형제봉 꼭대기다.

▲ '노익장' [사진-6.15산악회 제공]

사람에게 족보가 있듯이 산에도 족보가 있다. 천하명산이든 하다못해 동네 뒷산이든 상관없이 다 뿌리가 있다. 내친 김에 북한산 형제봉도 그 뿌리를 한번 찾아가보자.

백두대간에서 뻗은 줄기가 추가령 부근에서 한북정맥이란 이름을 달고 가지를 친다. 한강과 임진강을 가르며 숨 가쁘게 달려가다 양주의 한강봉 조금 지나 도봉지맥이란 이름으로 다시 분가를 한다. 의정부와 송추 사이 울대고개를 지나 사패산, 도봉산, 우이령을 타고 조금 더 올라가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도봉지맥은 오른쪽으로 빠져 노고산으로 뻗어가고 나머지 한 가닥이 북한산 영봉, 만경봉을 지나 산성을 따라 몇 번의 오르막 내리막을 거치면서 보현봉에 이른다. 다시 가지를 쳐서 평창동과 정릉을 나누며 저만치 북악산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두 봉우리가 바로 우리가 올라온 형제봉이다.

날은 흐리지만 저 건너 족두리봉, 비봉, 바로 앞 보현봉, 그리고 멀리 도봉산까지 한 폭의 산수화 마냥 아름다운 경치가 조망된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세상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와 비슷한 경관을 아무 대가없이 보여주는 북한산 산군(山群)들. 우리는 그 고마움과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마치 공기의 소중함을 못 느끼듯이 말이다. 늘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다 보니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으리라.

점심 식사 후 이정태 대장의 진행으로 산상강연 시간을 가졌다. 강연에서 권오헌 회장님은 새해 인사말씀에 이어 요동치는 남북문제와 주변국 정세, 그리고 회원들 관심사를 깔끔하게 잘 요약해서 설명하셨고 또 야권 분열로 인한 금년 총선을 우려하며 지혜롭게 잘 대처해 나가자는 말씀을 하셨다. 특히 오늘따라 회원들의 질문이 무척 많았다.

▲ 정릉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사진-6.15산악회 제공]

정릉으로 하산하여 청수장 부근 음식점에서 뒤풀이도 할 겸 지난 1년을 평가해서 시상식을 가졌다. 모범상에는 남들보다 항상 일찍 나오셔서 회원들 배낭에 산악회 명찰을 일일이 달아주시고 산행 후 잘 챙겨서 관리까지 하시는 박희성 선생님과 그동안 산악회 살림살이를 알뜰히 한 박윤경 전 총무에게 수여됐다. 개근상으로는 유기진, 박희성, 김영승 선생님 외 2명이 차지했다. 최우수 회원상은 늘 산악회를 아끼고 활성화시킨 공로로 강남순, 한정아 부부가 공동 수상하였다.

마지막으로 산상강연 시간에 짧게 얘기했던 조선중기 문신 상촌 신흠 선생의 한시를  소개한다. 꼿꼿한 선비의 기개와 지조가 살아있는 이 시는 시류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 세태에 누구에게나 다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가슴 깊이 새길 만하다.

 桐千年老恒藏曲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곡조를 품고
 동천년로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일생을 춥게 지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남아있고
 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   버들가지는 백번 꺾여도 또 새 가지가 난다.
 류경백별우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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