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략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10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사실상 무력시위를 펼쳤습니다. 지난 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에 대응해 8일 재개된 남측의 대북확성기 방송에 이은 두 번째 군사적 조치입니다.

미국은 앞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약 한달 후에 B-52 폭격기를 한국에 파견했으나, 이번에는 나흘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했으니 이번 수소폭탄 시험에 대한 심각성과 단호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B-52는 이날 오전 태평양 괌 앤더슨기지를 출발해 낮 12시경 한반도 오산기지 상공에 도달했으며, 한국 F-15K 2대와 미 공군 F-16 2대의 호위를 받으며 고도 100m를 두 차례 저공비행한 후 괌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분명 괌을 출발해 북한을 공격하고 귀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B-52는 공개된 사진만 봐도 가히 위력적입니다. B-52와 호위하는 F-15K 및 F-16을 비교하니 그 체구만 봐도 한 마리의 독수리와 여러 마리의 참새들을 보는 듯싶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B-52를 한반도 상공에 긴급 파견한 데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지금 미국은 남조선에 핵전략 폭격기 편대를 들이 민다 어쩐다 하며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7일 북한의 핵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화형식을 거행했습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수소폭탄 시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8일 평양 일대에서 경축 무도회와 불꽃놀이, 공훈국가합창단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를 시작하자,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무력부를 방문해 “우리가 단행한 수소탄 시험은 미제와 제국주의자들의 핵전쟁 위험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하고는 “이것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모습들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하거나 핵실험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매우 익숙한 풍경들입니다. 이를 다시 시간대별로 정리해 봅시다.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한국 보수단체들의 화형식→북한의 경축 불꽃놀이→한국의 대북확성기 재개 및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 ‘당위성’과 ‘정당성’ 강조→미국의 B-52 전략 폭격기 등 핵전력 한반도 전개→북한의 강력 반발...

물론 지금의 수소폭탄 국면은 3월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끝은 무엇일까요? 미국이 어차피 북한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하지 못하거나 군사적 전면 침략을 못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미세한 타격을 입고 수소폭탄 국면은 언제고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질 것입니다. 모두가 익숙한 풍경이자 낡은 관행들입니다. 단 하나, 그럴 때마다 북한의 핵전력은 대나무 마디마냥 새롭게 하나씩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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