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수소탄 시험’ 소식을 전하는 여러 보도에서 ‘핵실험’, ‘핵시험’ 등 표기가 혼용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 매체들은 한결같이 ‘핵시험’이라고 표현하는 반면, 남측 언론은 주로 ‘핵실험’이라고 쓰지만 일부 ‘핵시험’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어떤 표기가 정확한 것일까?

 

표준국어대사전                  

조선말대사전

실험 
(實驗)    

-실제로 해 봄. 또는 그렇게 하는  일.  

-과학에서, 이론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함.

-새로운 방법이나 형식을 사용해 봄.

-연구대상을 일정한 조건에서 변화를 일으키게 하고 그 과정과 결과 등을
조사분석하여 그법칙성과 진리성을 검증하는 일.

-학과목의 하나.

시험
(試驗)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證驗)하여 보는 일.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일.
또는 그런 상황.

-배운 지식이나 기술기능의 수준과 숙련정도를
일정한 절차로 검열 평가하는 형식의 한가지.

-사물을 실지로 다루어보거나 겪어보아서 그
성질이나 상태를 알아보는것.

국어 해석의 규범적 역할을 하는 국립국어원의 ‘표준맞춤법’에 따르면, ‘실험(實驗)’은 이론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한다는 과학용어이며, ‘시험(試驗)’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證驗)하여 보는 일을 뜻한다.

핵 폭발의 이론이나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핵실험’이 되는 것이고, 핵 폭발의 여러 성질이나 기능을 실제로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면 ‘핵시험’이 되는 셈이다.

실험은 이론이나 현상을, 시험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검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선말큰사전’에서 규정하는 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험’으로는 법칙성과 진리성 등 이론적 영역의 결과를 얻어내지만, 실제로 사물을 다루어서 그 성질이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험’이 필요하다.

북이 지난 6일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이라는 제목의 공화국 정부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의 기술적 제원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하였으며,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였다”며 구체적인 성질과 상태, 기능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아도 용어 선택에서는 ‘실험’보다 ‘시험’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실험’과 ‘시험’의 뜻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언론 보도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 발표, 진보단체의 성명에 이르기까지 ‘핵실험’이라는 표기가 두루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최근 북한과학기술사를 전공한 강호제 박사와 가진 대담에서 “지금까지 숱한 ‘핵실험’이 있었고 2006, 2009. 2013년에 이어 2016년 1월까지 4차례에 걸친 ‘핵시험’이 진행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며, 용어의 혼용이 상황에 대한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지난 6일 인공지진을 발생시킨 ‘핵시험’을 포함해 4차례의 ‘핵시험’만으로 북의 수소탄이 뚝딱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핵실험’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세상을 보는 특정한 프레임으로 연결되어 인간의 인식을 결정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시험’과 ‘실험’의 뜻을 분명히 하고 표기를 정확히 하면 세상을 보는 눈도 뚜렷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관행화된 '핵실험' 표기를 무조건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다. 언어나 용어는 동시대의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통용되는 과정에서 변화 발전하는 사회적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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