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12∼14일에 걸친 베이징 예술문화의 전당인 국가대극원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들 공연단의 중국 방문이 단순히 공연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공연이 사실상 중국과 북한의 ‘국가 행사’차원으로 진행될 예정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지난 10월 류윈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년 기념식 참석을 기점으로 일기 시작한 관계개선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번 공연이 양국의 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발표한 주체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이듯이, 이번 공연도 대외연락부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북한 측 공연단을 이끌고 방중한 최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만난 중국 측 파트너도 쑹타오 대외연락부 부장입니다.

중국의 대외연락부는 ‘당 대 당’외교를 전담하는 부서입니다. 대외연락부가 나섰다는 것은 양국 관계를 이끌어온 견인차인 ‘당 대 당’의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양국의 관계개선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과거 양국의 ‘당 대 당’행사처럼 중국은 이번 공연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2천명의 당·정·군 인사들로 관람을 제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에 모란봉악단이 간 것입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하고 이름까지 지어준 걸로 알려진 대표적인 경음악단으로,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2012년 7월 7일 당시 모란봉악단은 첫 데뷔 무대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캐릭터 미키마우스까지 무대에 등장시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북.중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모란봉악단만한 것은 쉽지 않을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모란봉악단의 방중은 ‘김정은 메시지’가 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아울러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음악정치’를 강조했듯이, 김 제1위원장도 모란봉악단을 통해 음악정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아도 그리 무리한 해석은 아닐 듯싶습니다.

어쨌든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중국 공연을 앞두고 양국의 분위기 띄우기가 범상치 않습니다. 북한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지난 9일 평양에서 공연단을 전송하는 자리에서 ‘조중관계 발전’을 기대했으며, 언론매체에서는 모란봉악단이 “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예술적 매력으로 중국 인민들을 끝없이 매혹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중국 측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1일 사설에서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문화예술 교류가 아니라 대형 외교활동”이라면서 “양측이 서로에게 선의를 나타내는 특수한 방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양국만의 특수한 관계를 부각시킨 것입니다. 아울러 <CCTV>도 모란봉악단을 소개하는 5분가량의 보도를 내보냈다고 합니다.

대남 관계와 대미 관계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오랜만에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한 것이 원래 북한의 모습입니다. 이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이후 메시지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첫 방중을 점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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