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중식 행사자리에서 김현숙(87) 할머니를 만나러 온 북측 손녀 김미영(43)씨는 “오늘 여기서 만났고 제가 조카다. 70년만에 가족을 만나게 한 김정은 동지에게 정말 고맙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부르겠다”며 노래를 불렀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2차 상봉 이틀째인 25일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 오후 12시(현지시간, 서울시간 12시 30분) 금강산호텔에서 남북 양측 이산가족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공동중식 행사가 진행됐다.

민요 ‘돈돌라리’와 동요 ‘반달’ 등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오전 11시 35분께부터 북측 가족이 입장했으며, 식사는 12시부터 시작됐다.

이날 북측에서 제공한 점심메뉴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팥소빵, 남새합성, 나박김치, 오리고기락하생(땅콩)찜튀기(튀김), 과일마요네스무침, 왕새우찜과 냉묵, 팥죽, 고기다진구이즙(고기를 다져 양념한 후 다시 구운 음식), 버섯볶음, 완두콩밥, 두부완자맑은국, 사과랑 차가 나왔으며, 음료는 대동강맥주와 인풍포도술, 인풍백로술, 랭천사이다, 금강산물 등이 나왔다.

이날 오후 2시 공동중식 행사를 마친 남측 방문단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한 차례 단체상봉을 더 하고 26일 오전 2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총 12시간의 상봉을 모두 마치게 된다.

치매 노모, “왜 여태 나를 안 찾아왔느냐”

치매를 앓고 있는 김월순(93) 할머니는 북에 두고 온 첫 아들 주재은(72)씨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서 재은씨에게 선물로 받은 연갈색 꽃무늬 스카프가 마음에 들었던지 공동식사를 하는 자리에도 매고 나왔다.

첫 상봉 때부터 재은씨와 남쪽에서 함께 온 작은 아들 재희(71)씨를 양 옆에 끼고 앉은 김 할머니는 기어코 기억하고야 말겠다는 듯 끝없이 “이 이는 누구야”를 되물었고 가족들이 답을 해주면 박수를 치면서 “죽기 전에 보고 가는구먼”이라고 화답했다.

어머니가 다시 재은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왜 안왔어”라고 말하는데 아들은 그냥 멋쩍게 웃기만 하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북의 손녀가 “할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살아야죠”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이 이가 마누라가 아니고?”라고 되물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 딸 혜경(62)씨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옆에 서 있다.

재희씨는 “오전 개별상봉때 어머니 정신이 잠깐 돌아왔었는데 잡으시며 우시더라. 왜 여태 나를 안 찾아왔느냐 그러면서 우시더라. 그리고선 또 바로 누구냐고 하시는데 진짜 가슴이...그렇더라”고 말했다.

북의 아들 재은씨는 개별상봉을 한후 가면서 동생 재희씨에게 “난 이해한다.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라고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개별상봉을 하면서 북의 아들이 주고 간 스카프와 탁자보를 가리켜 “내 일생에 가지고 가야겠구나”라고 말했다.

일부 고령자, 피로 쌓여 상봉일정 불참도

최고령 구상연(98)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때 북의 딸들에게 꽃신을 전달했다고 동행한 아들 강서(40)씨가 전했다. 강서씨에 따르면, 송옥(71), 선옥(68) 두 누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꽃신은 신어보지도 않고 옷도 입어보지도 않았다. 대신 종이에 뭐라고 적어서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공개된 자리에서 식사하는 지금보다는 개별상봉 때 웃기도 많이 하고 훨씬 표정이 좋았다고 아쉬워했다. 큰 딸 송옥(71)씨는 공동중식 자리에서 아버지를 맞은 후 계속 아버지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98세 최고령 이석주 할아버지는 공동중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아들 동진(61)씨도 오지 않았다.

남측 딸 경숙(57)씨와 북의 아들 동욱(70), 손자 용진(41)씨만 만나 “오빠, 만나서 반갑고, 건강하세요”, “건강해라”, “고모도 많이 드세요”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다.

경숙씨는 “아버지는 피로가 쌓여서 숙소에서 쉬고 있다. 오늘 오후, 내일 일정까지 소화하기 쉬시는 거다. 개별상봉은 잘 만났다”고 전했다.

이금석(93) 할머니는 그동안 못 다한 정을 쏟아 붓듯 북의 아들 한송일(74)씨를 옆에 끼고 밥을 먹여주었다. 아들 송일씨는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었다.

얼굴 생김생김이 똑같이 닮은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새우를 먹기 좋게 까서 드리거나 팥죽을 덜어주며 말없이 정을 나누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난 소감을 묻자 “기뻐요, 너무 기뻐요”라고 말했고 아들은 어머니가 보고 싶었냐고 묻는 질문에 “아휴...”하면서 말없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은 어머니 접시에 ‘오리고기락하생찜튀기’를 잘게 쪼개 드리고 남쪽 여동생 경자(72)씨에게도 음식을 권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자 북의 며느리 리미렬(70)씨는 “어머니 울지 마시라요”라며 위로하고 북측 안내원들은 몰려드는 취재진을 막아서며 “식사하시게 놔두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오대양호 선원으로 조업하다 1972년 헤어진 아들 정건목(64)씨를 만난 남측 이복순(88)할머니는 이날 아침 개별상봉에서 고향이야기, 가족이야기를 주로 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 정매(66)씨가 동생 건목씨에게 쓰고 있던 안경을 주었는데 서로 시력을 확인해보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 맞더라고 말하자 건목씨는 큰 목소리로 “딱 맞습니다. 잘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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