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마친 남북 가족들은 12시(현지시간, 서울시간 12시 30분)부터 금강산호텔 2층에서 공동 중식 일정을 진행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마친 남북 가족들은 12시(현지시간, 서울시간 12시 30분)부터 금강산호텔 2층에서 공동 중식 일정을 진행했다.

이로써 2박3일 일정 중 2시간씩 6차례 진행되는 상봉모임 중 4번째 행사가 끝났다.

남북 가족들은 이날 오후에 있을 단체 상봉에 이어 22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또 다시 긴 이별을 맞게 된다.

전날 첫 번째 단체상봉에서 65년만의 부부 및 부자상봉으로 눈길을 끌었던 북측 오인세(83) 씨는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던 아내 이순규(85) 씨를 보자 손을 잡으면서 인사를 했다.

이날도 아내는 남편의 무릎에 냅킨을 얹어주며 살뜰하게 챙겼다.

아내는 “오늘 오전에는 주로 살아온 얘기만 들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반 가족인 형수 이동임(93)씨는 시동생인 오씨가 전날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며, “그 때 기억 난 안 잊어버렸는데, (어제)날 몰라본다고 하니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고 투정(?)을 부렸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들 오장균(65) 씨는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아버지의 존재를 만끽이라도 하듯 연신 “아버지 대단하세요”, “헤어지자니 아쉽고...오래 오래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옆 자리에서 남북의 형제는 전날 2차례의 상봉과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진 자리였지만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서로의 얼굴을 연신 닦아주었다.

남의 동생 김주철(김주간, 남, 83)씨는 북의 형 김주성(85)씨와 대동강맥주로 건배를 하면서 울고 웃으며 식사를 했다.

동생은 형에게 “이렇게 고생만 해서 어떻게 해, 호강을 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흘리고 형은 동생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생은 처음 본 조카 김성희(43, 김주성의 딸)에게 “아버지 잘 모셔야 한다. 그래야 다시 보지”라고 당부했다. 조카는 눈이 빨개진 채로 작은 아버지에게 “예, 꼭 다시 만나야죠. 삼촌도 건강하셔야 다시 만나죠”라고 말했다.

▲ 북측 접대원 50여 명이 공동중식 행사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준비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공동중식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측 여성 접대원 약 50명이 오전 10시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마다 음식과 각종 주류를 세팅하고 메뉴는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됐다.

접시 위로 티스푼과 과일포크를 순서대로 가지런히 가로로 놓이게 세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메뉴판에는 크림과자, 남새합성(야채모둠, 상추·고추·토마토·양파 등), 배추통김치, 색찰떡,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 밥조개마요네즈무침, 잣죽, 쇠고기흰소스곰, 생선낙화생튀기(튀김), 버섯고기완자볶음, 볶음밥, 닭고기완자맑은국, 과일사탕졸임, 은정차 등이 적혀 있었다.

주류 및 음료는 들쭉술·대동강맥주·배향단물·금강산샘물·인풍포도술이 병으로 제공됐으며, 들쭉술은 미리 따라 놓았다.

북측 접대원들은 메뉴판에 나오는 ‘은정차’에 대해 “원래 록차(녹차)인데, 원수님께서 은혜로 돌려주셔서 은정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하고 배향단물(배맛주스)은 남측이 내놓은 코카콜라와 비교하면서 자신들은 북에서 나는 고유의 맛으로 대접한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개별상봉에 이어 2시간 간격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공동중식이 진행되는데 대해서는 오랜만에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가족들의 심정과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오전 북측 외삼촌을 만난 조카 이민희(여, 54)씨는 “방안에서 이야기하니 확실히 편하고 좋았다. 개별상봉이 2시간 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며, 1시간 뒤에 다시 공동 중식하는 거라면 그냥 같이 여기 나와서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점심먹으러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환영만찬에서 쓰러졌던 북측 리홍종(88)씨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공동중식 자리에서 북측 안내원이 안전에 대해 챙기는 모습을 보이자 딸 이정숙(68)씨는 직접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어제 환영만찬장이 다소 더웠던데다 복분자주를 조금 마셔서 갑자기 몸에 열이 올라 벌어진 일로 생각했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보였던 딸 이 씨는 이날 취재진에게 “내가 하나뿐인 딸이에요”라며, “이 세상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상봉 소감을 말했다.

이날 공동중식 모임은 오후 2시에 끝났다.

남북 가족들은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 상봉을 진행한다.

▲ 남북 이산가족이 공동중식이 진행되는 금강산호텔 2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그토록 기다렸건만 만남은 이렇게 짧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여성 접대원.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테이블 마다 음식과 각종 주류를 세팅하고 메뉴는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가-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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