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속에도 보고싶던 혈육을 만난다는 기대가 있으니 분주한 중에도 설레는 기분이 얼굴에 묻어났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비록 몸은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지만 65년 이상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난다는 기대가 있으니 분주한 중에도 설레는 기분이 얼굴에 묻어났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두고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해 있는 남측 가족들은 19일 오후 2시부터 이산가족 등록을 시작했다.

북에서 오는 사촌 오빠 편히정(84)씨를 만나러 가는 남의 사촌동생 편숙자(여, 78)씨는 “오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살점이 벌벌 떨린다. 반가워서. 만나도 얼굴은 모를텐데. 뼈다구니까 반갑지”라며 로비 바닥에 앉아 내복, 양말 등 챙겨온 선물을 이것저것 확인했다.

경기도 강화에 거주하는 김용분(여, 67)씨는 지난 19차 이산가족 상봉때 신청을 했다가 한적으로부터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았던 북의 큰 오빠 김용덕(87)씨를 이번에 만나게 된다.

김 씨는 북의 오빠 사진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가져왔고, 남측 가족사진을 앨범으로 준비해 왔다.

북에 사는 의붓아들 리한식(80)씨를 만나기 위해 상봉단에 등록한 권오희(여, 97)씨는 소감을 묻자 “(웃으며) 말도 못해요”라고 말했다.

두 아들 이만인(65)씨와 이정인(55)씨, 그리고 여동생 이순부(74)씨 등과 함께 동행한 권 씨는 주민등록상으로는 24년생(91세)으로 돼 있으나 실제 나이는 97세라고 한다.

이번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측 최고령자는 딸 2명이 생존해 있는 구상연(남, 98세)씨와 아들 1명과 손주1명이 생존해 있는 이석주(남, 98세) 씨이며, 북측에서는 88세의 리흥종, 정규현, 채훈식 씨가 최고령자로서 각각 딸과 형수, 배우자 및 아들을 상봉한다.

한화콘도 5동 1층 로비에 마련된 등록처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등록을 시작했으며, 북측 방문단 96가족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로 나누어 진행했다.

노란색 대학적십자사(한적) 재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상봉가족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후 아이디카드를 배부하고, 가족들이 보험 문서에 서명을 하면 짐은 따로 확인한 후 뒤편으로 빼놓았다.

상봉가족 중에는 고령자가 많아 휠체어와 지팡이를 짚고 온 가족이 많았으며, 가족들은 각종 트렁크와 짐을 챙겨와 각자 순서를 기다렸다.

접수대 뒤편에는 남측 상봉단이 가져온 선물가방이 수북히 쌓였고 개인 휠체어를 타고 온 가족들은 등록을 마친 후 사전에 한적이 준비한 휠체어로 교체했다.

이날 고령자를 위해 한적이 준비한 휠체어 중 24대가 대여되었으며 금강산까지 활용될 예정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두고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해 있는 남측 가족들은 19일 오후 2시부터 이산가족 등록을 시작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오후 1시에는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과 개성공단상인협동조합 임원 등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기념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속옷, 스카프, 화장품 등 기념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간절기 점퍼, 스카프, 양말, 내복, 속옷 등이 들어간 가방 200여개를 준비했으며, 1, 2차 상봉 북한 가족 모두에게 줄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천적십자사 소속의 내과 전문의인 김대준 씨는 "고령인 분들이 많고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많아 진정제 등을 넉넉히 준비했다”며, “치매 및 일시적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선망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수면제 등도 처방할 예정이며, 심한 경우 강릉 병원으로 이송할 앰뷸런스 기동 체제도 다 갖췄다”고 밝혔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남측 방문단 단장인 김성주 한적 총재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된 방북 교육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상봉기간 내내 건강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등록 과정에서 일부 남측 동행가족들이 상봉에 불참해 상봉인원은 당초 96가족 393명에서 조금 줄어들어 389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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