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 대한 것이든, 일단 글은 쉬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 노력해도, 당최 그 한계가 명확한 분야도 있다.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은, 특히나 더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난해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아는 게 그다지 많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굳이 염려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아예 시도조차 안 할 테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공자가 아닌 이상 경제학 서적을 수월하게 읽어 넘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할 것이고, 또한 복잡한 그래프, 수식, 표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런 것들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당최 어찌해야 할까? 경제나 경제학 등과는 어차피 처음부터 그랬듯,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며 그냥 모른 척 살아가야 할까? 아니다. 방법은 있다. 바로 내 삶 그 자체가 경제이며, 경제학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으면 된다.

▲ 조준현,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 인간의 속마음을 풀이한 현실 경제학』, 을유문화사, 2013.6.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 책은 일단 하나의 명제로부터 시작된다. 즉, 인간은 생각보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혹은 하지만 그 비합리성이 궁극적으로 최선의 합리적 행동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음. 일단 책을 읽어보시라고 할 수밖에.

이른바 경제학과 심리학의 결합으로 태동된 행동경제학이 우리에게 알려진 지도 제법 된 것 같다.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고, 또한 심리학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경제학 이론들이 양념으로 첨가된 책들도 제법 본 것 같다. 암튼 행동경제학이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본지는 어느 정도 되었다는 소리.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행동경제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혹은 오해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애초부터 경제학에서 출발한 행동경제학을 마치 이전의 주류경제학과는 태생부터 다른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거나, 혹은 너~무 어렵게 글들을 쓰셔서 그렇다는 것. 때문에 저자는 처음부터, 가능하면 이해하기 쉽게 행동경제학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독자의 입장에서 일단 저자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저 머나먼 초딩 시절부터 대학은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학이나 경제학과는 절대 소원하게 지냈던 내가 책을 통해 행동경제학이란 학문에 대해 일정한 이해가 이뤄졌음이 그 증거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기존의 주류경제학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 즉 인간은 이기적 동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욕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적 정의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안이한(!) 착각 때문에 경제위기나 대공황과 같은 위기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상당히 오랫동안 잘못된 믿음이 지속되어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솔직히 지금도 그런 믿음 하에 온갖 경제정책들이 만들어지지 않는가!

저자는 경제 현상의 주체가 인간이고, 경제 활동 역시 인간의 선택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경제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간을 중심에 둔 경제학은 지금처럼 경제 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거나, 대응책은커녕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못하는 주류경제학의 어설픔과 오만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해도 내가 날 잘 모르겠던데, 어찌 모든 인간들의 마음을 예측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인간은 때론 합리적이지만, 때론 어처구니없고, 때론 무지하게 이기적이지만, 의외로 꽤 이타적이기도 한 동물이다. 때문에 이러한 인간의 변화무쌍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경제학은 그나마 제대로 된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순전히 비경제학 전공자의 의견이지만 말이다.

책은 여러 석학들의 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며 기존 주류경제학이 가지고 있던 굳건한 믿음, 즉 인간의 이기심, 합리성, 자기이해라는 세 가지가 사실 그다지 확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때로 인간은 이기심보다는 존중과 배려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고, 학습과 경험에 바탕을 둔 판단을 한다. 그리고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선택과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당연하다. 그게 인간이다.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행동들이 사실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라는 점. 또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오히려 합리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 결국 인간은 대충 합리적이고 대충 무모한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렇게 인간을 이해하면 이 어이없는 세상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까. 아, 그건 좀 다른 문제인 듯.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엄연히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세상을, 또 인간을 알려면 한참 멀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소설가가 말했다던가.

“어차피 인생이 한 번뿐이라면 과연 인생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경제학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 저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살짝 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적당히 따뜻한 시선, 그리고 ‘피식~’ 거리게 만든 개그 역시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저자의 말마따나, 경제학자가 그 정도 웃기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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