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원자력연구원 원장을 내세워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채 4차 핵실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그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무렵 위성발사 의사를 비교적 분명히 밝힌 직후 나온 보도여서 더욱 주목된다.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15일 “원자력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과 노동계급은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연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북)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2월 진행된 핵실험 이후 잠잠했던 4차 핵실험을 공공연하게 암시하는 발언이 북측 당국의 목소리로 나온 셈이다.

여기서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왔다는 것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 기준으로 대표되는 핵무기 성능 개선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으로,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어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읽힌다.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문답에서도 “우리(북)를 핵보유에로 떠민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대북 적대시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의 제도전복을 내놓고 추구하는 보다 노골적이고 비열한 수법들로 심화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로 미루어 북한이 핵실험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맞바꾸자는 빅딜 제안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군사분계선 상에서 고조된 군사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8.25 남북고위당국자접촉이 43시간의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되기 전까지 북은 남측의 대화제의에 대해 진정성을 문제삼아 사실상 거부하고 ‘10월의 대축전장(10.10 당 창건일)’으로 달려가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올 초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중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미국이 이 제안을 '암묵적 협박(implicit threat)'이라며 즉각 거부한 바 있다.

연초 신년사에서 정상회담까지 거론되던 올해 남북 및 북미 관계는 이후 줄곧 냉랭한 공기만 감돌았다.

지난 5월 3일(보도일자) 새로 건설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공지구위성제작 및 발사국으로서의 우리의 지위는 적대세력들이 부정한다고 해서 결코 달라지지 않으며 우주개발사업은 그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포기할 사업이 아니"라며 “주체조선의 위성은 앞으로도 당 중앙이 결심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연이어 우주를 향하여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제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반박, 묵살한 것이다.

나아가 북은 5월 9일 김 제1위원장 참관 하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격형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고 보도했다.

북은 지난 7월 21일 이란 핵협상 타결 시점에 맞추어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북의 태도변화를 요구하자 외무성 대변인이 나서 “우리의 핵 억제력은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핵위협과 적대시정책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서 협상탁 우에 올려놓을 흥정물이 아니다”라며, ‘명실공히 핵보유국으로서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당 창건 70돌을 기념하는 북의 정치일정에는 지난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이후 약 2년 만에 위성발사가 이뤄질 것이며, 이를 문제 삼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빌미로 북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한미합동 군사연습이 한창인 와중에 북한은 전격적으로 당국회담에 나서 나흘간 43시간의 고강도 접촉 끝에 8.25합의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북의 태도 변화가 과연 전략적인 것인지, 아니면 전술적인 것인지가 문제였다.

위성발사-유엔제재-핵실험의 정치일정을 포기하고 전략 수정을 거쳐 평화공세와 대화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면 전략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지난달 고조된 군사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제한적·부분적·일시적으로 대화에 나섰던 것이라면 당 창건 70돌에 즈음해 원래 정치일정은 다시 가동되는 것일 뿐. 이 경우 8.25합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되고 당연히 이산가족상봉 등에 대한 남북의 합의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최고위 당국자들이 2+2 회담 형식으로 긴 시간 동안 협상을 거쳐 합의한 내용들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지만 공식적인 공동보도문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다른 한편에선 실제 보도로 표현된 내용이 북측의 의사표시라기보다는 상대인 미국과 남측 및 주변국의 의중을 떠 보기 위한 일종의 ‘애드벌룬’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북이 핵 활동과 관련해 기존 원자력총국 명의로 발표해 오던 수준도 아니고 ‘원자력연구원’을 내세워 주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원론적 차원의 위협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과 15일 북측 국가우주개발국과 원자력연구원의 입장표명이 공식적인 성명이나 담화의 형식이 아니라 당국자격인 국장과 원장이 통신사 기자와 가진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주목했다. 아직 북의 의도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5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간 막바지 의제 조율이 진행 중인 시점에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 의지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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