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0~26일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올해 추석계기 이산상봉과 관련, 7일부터 이틀간의 접촉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정부 당국자와 회담 관계자들의 사후 발언을 모아 남북이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소개한다.

◆상봉시기=가장 관심을 끈 대목이다. 이번 상봉이 추석계기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9월 27일 추석을 기준으로 통상 상봉행사 준비에 소요되는 6주 정도의 기간을 감안하고 북측이 중요하게 준비하고 있는 노동당 창건일(10.10.)은 피하는 일정으로 나온 것이 10월 20~26일이다.

남측은 가급적 북측에서 생각하는 일정보다 빨리 잡으려했고 10월 10일 전과 후로 생각한 일정이 있었지만 최종적인 일정은 북측의 의견을 수용해 정했다고 한다.

80대 노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10월을 넘기면 추석 계기라는 명분이 무색해지고 겨울 추위를 감안, 11월 이후 일정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전언.

이번 합의에서 상봉행사 운영과 관련한 특징 중 하나는 남북 이산가족이 번갈아 상대측 가족들을 만나는 1, 2차 상봉행사를 각 2박3일의 일정으로 운영하는데, 이때 차수 변경시 하루를 쉬는 날짜로 잡아 피곤함을 가시도록 배려한 것.

◆상봉장소=서울-평양으로 정하려면 준비기간이 석 달이나 걸리기 때문에 남북이 이견 없이 금강산으로 정했다고...

◆상봉규모=상봉규모를 확대하는 문제는 남측으로서도 많이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후문. 상봉장소를 금강산에서 할 경우 숙소가 문제가 된다.

북측가족 1명을 만날 때 평균 5명이 가면 500명이 되고 150~200명 정도 추가인원을 예상하면 금강산지역 숙박시설로는 수용이 어렵다. 이런 현실적 문제 때문에 방문인원을 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고...

◆이산가족 근본문제=지난 8.25 합의 5항 '이산가족 문제'에 따라 이번 실무접촉은 상봉문제와 함께 근본적 해결문제, 즉 생사확인, 정례화, 서신교환, 영상편지, 화상상봉, 성묘, 고향방문 등을 함께 다루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지금으로서는 추석 계기 상봉행사에 전념하자는 입장이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생사확인이라는 게 남측의 생각. 그 다음에 상봉하고 서신교환도 할 수 있고 돌아가신 분 제사 지낼 수 있다는 것.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에 따라 북측이 명단을 확인해 주면 지금 40일 걸리는 일정이 2주로 단축될 수 있다고 말하자 북측도 동의했다고...

그러나 북측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무접촉에서 다룰 사안도 아니고 여러 가지 검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 이번에 합의문구로 넣지는 않고 과거 수준보다는 전향적으로 하고 앞으로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정도로 표현했다.

“남과 북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해나가는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비롯하여 상호 관심사들을 폭넓게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

◆가까운 시일 안에 열기로 한 적십자회담=일단 상봉행사가 진행되고 또 상봉이 계속되는데 따라 해결을 요하는 근본적 문제 관련 회담도 해야 하는 것. 상식적으로 상봉 이후에 진행될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수이산가족=2006년 남북 당국‧적십자간 협의를 통해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의 범위에 포함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사항이며, 2000년 이후 정부는 일정한 숫자의 국군포로와 납북자 명단을 상봉자 명단에 포함시켜서 상봉시켰다.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대상을 납북자‧국군포로 50명을 포함하여 총 250명으로 합의한 것도 동일한 맥락. 그전엔 생사확인 대상 200명 안에 20~30명 정도로 포함시켜 왔고 지난 2013년부터 대상자가 확대됐다.

◆밤샘 마라톤 협상 재연=남북 고위급 접촉에 이어 적십자 실무접촉까지 밤을 지새며 24시간 마라톤 회의가 이어지자 현 정부의 회담 방식으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제의하고 북측은 실무접촉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고. 북측의 답을 빤히 알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보여주려고 시간만 끈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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