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박4일 43시간이란 장시간 연속 접촉을 통해 25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이로써 일촉즉발의 남북 간 군사 대치 상태가 일단 해소됐습니다. 이번 접촉에는 남측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해,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회담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접촉 참가자들의 면면과 장시간 회담으로 보아 남북 양측이 빈손으로 협상장을 떠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2+2로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결렬됐다면 양측은 사실상 다음 수가 없기에 군사적 충돌, 나아가 전시 분위기라는 현실 속에 지난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을 것입니다.

이번 접촉에서 남과 북은 (1)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 (2)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당한 것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3)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 중단 (4)북한군 준전시상태 해제 (5)추석 이산가족 상봉 진행 (6)남북 민간교류 활성화 등 6개 항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접촉을 앞두고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사건과 남북 포격전, 대북 확성기 심리전 방송 등 남북 사이의 긴장격화 현안들, △이산가족 상봉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주요 현안들, 그리고 △한미합동 군사훈련 문제 등 근본문제들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전반적으로 보아 긴장완화 현안들은 (2), (3), (4)항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들은 (1), (5), (6)항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를 두고 일부에서 어느 쪽이 이겼고 어느 쪽이 손해를 봤다고 왈가왈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히 (2)항 ‘지뢰 폭발 사고’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지뢰 도발 주체를 명시하지 못하고, ‘사과’ 표명은 ‘유감’ 표명으로 대체됐으며, 재발 방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을 남기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다른 한편, 북측이 부인하던 지뢰 폭발을 인정했으며, 유감이 아닌 사실상 사과이며, 게다가 ‘북측’을 주어로 해서 유감 표명을 확실하게 한 첫 번째 사례라며 승전 분위기를 띄우기도 합니다.

모두 아전인수 격인 평가입니다. 이 같은 왈가왈부는 모처럼 조성된 긴장 완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분명한 건 남북의 어떠한 개별적 이익도 군사적 충돌 방지라는 민족적 이익보다 나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어떤 합의라도 군사적 충돌을 막았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접촉을 통해 무력충돌로 치닫던 남북간 긴장을 완화시켰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 남는 건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한다”고 강조한 것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번 합의에 나와 있듯이 당국간 회담과 민간교류가 진행된다면 남과 북은 7년여 만에 ‘활력’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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