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사건과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심리전 방송에 이어 20일 남북이 DMZ에서 포격전을 벌였습니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이 계단식 상승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아주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군에 의하면, 남북이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과 DMZ에서 포사격 교전을 벌였습니다. 북한군이 오후 3시 53분 1차로 14.5mm 고사포 1발을, 오후 4시 12분에 2차로 76.2mm 직사포 3발을 발사했으며, 이에 대응해 남측은 오후 5시 4분경 155mm 자주포탄 29발을 사격했습니다.

이에 북측은 당일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자신들이 선제 포격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오히려 남측이 자신들에게 포격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번 남측이 지목한 목함지뢰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번에도 선제 포격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목함지뢰에 이어 이번 포격전도 진실 게임에 휩싸일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당장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입니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더라도 군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해 인명피해를 막는 게 우선이니까요. 게다가 남측에는 이번 포격전으로 ‘북한 리스크’가 새삼 고개를 들면서 당장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입니다.

지금 포격전으로 인한 남북의 군사적 상황은 이렇습니다. 남측은 20일 오후 6시경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긴급 소집돼, 박근혜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과 ‘만반의 대비’를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남측은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1호’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북측은 군 총참모부가 이날 오후 5시경 국방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선지대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 ‘완전무장’을 명령하고는, 앞의 북한군 총참모부의 남측에 대한 ‘심리전 방송 중지 최후통첩’을 승인했습니다.

남과 북이 ‘강 대 강’으로 붙으면서 군사적 대결이 첨예화됐습니다. 북측이 경고한 대북 심리전 방송 중지 최후통첩 시간인 22일 오후 5시를 향해 시침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이런 판에 북측이 22일 오후 5시 이후 어떤 도발을 해올까 하고 예상하는 것은 한가롭다 못해 한심한 짓입니다. 무엇보다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하니까요.

이런 와중에 20일 오후 4시 50분 경 북측이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보내와 ‘현 사태 수습과 관계개선 출로 찾기 노력’ 의사를 밝힌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를 두고 북측이 ‘강온 전술’을 쓴다든지, ‘북측의 전술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식의 상투적인 수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거듭 밝히지만 중요한 건 군사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특히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자고 제의한 점입니다. 이 기미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남측이 22일 오후 5시까지 북측에 보낼 것은 ‘확성기 방송을 계속 내보내겠다’는 똥배짱이 아니라 ‘관계개선의 출로를 함께 찾자’는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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