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남과 북은 화해의 분위기가 아니라 대결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민족공동행사는 6.15에 이어 이번 8.15에도 무산됐습니다. 남측은 ‘광복 70돌 8.15민족통일대회’로, 북측은 ‘조국해방 70돌 기념 민족통일대회’로 명명된 대회를 각자 분산 개최라는 명목으로 치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분산 개최라 하지만 무늬만 그럴 뿐 사실상 개별 개최에 가깝습니다. 남북 사이에 어떠한 의미 있는 끈도 없는 듯싶습니다. 게다가 분위기는 어둡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올해 초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밝힌 남북관계 개선과 정상회담 운운 발언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요?

그간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는 지난 4일 파주시 군내면 방목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건으로 아예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남측 하사관 두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남측 국방부가 10일 지뢰폭발사건에 사용된 목함 지뢰가 북한제라며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북측 국방위원회는 14일 “지뢰를 매설하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나아가 “만약 우리 군대의 소행이라고 그렇게도 우겨대고 싶으면 그를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시하라”고 역공을 취했습니다. 스모킹 건(smoking gun)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진실게임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남측에선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 군당국과 탈북자단체 두 곳에서 대응이 나왔습니다. 남측 군당국은 북한 소행에 대한 ‘혹독한 대가’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10일부터 재개했습니다. 2004년 이후 11년만의 일입니다. 이에 북한 군 전선사령부는 15일 공개경고장을 발표, “대북방송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군사행동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남측 합참도 이날 긴급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고 “단호히 응징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남측 군인들에게 엄청난 총상을 입힌 반인륜 행위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겠다며 14일 오전 임진각 부근에서 전단 20만 장을 살포했습니다. 약방의 감초가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북한 군 전선연합부대가 14일 공개담화를 발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전쟁이란 광고를 내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를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요.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측은 지난 1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13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계단식으로 수위를 높이다가 15일에는 국방위원회가 나섰습니다. 북측 국방위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이 강행되고 그 강도가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도 최대로 거세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DMZ상의 지뢰 문제, 대북 확성기 방송 문제,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 전근대적인 문제들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라는 대형 문제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의 온갖 문제들이 엉킨 실타래마냥 돼버려 어디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이 정도라면 분단 70년 동안 차곡차곡 쌓은 민족 화해의 공적(功績)이 드러난 게 아니라 남북 대결의 적폐(積弊)가 적나라하게 터진 것입니다.

이렇듯 남북관계가 취약합니다. 그러기에 광복 70주년을 보내는 분위기가 어둡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에 ‘DMZ 지뢰 도발’을 강하게 추궁하기보다는,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골이 지금보다 훨씬 깊었던 당시에도 남북이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아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며, 북측에 이산가족 명단 교환 연내 실현을 제안하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게 그나마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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