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발생한 지뢰폭발사건 지도. 남북은 사건의 북한 소행설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지난 4일 파주시 군내면 방목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건을 두고 남북이 진실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사건발생 10일, 국방부가 북한 소행 결론을 내린지 4일만이다.

지난 10일 국방부는 한.미 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발표, 사건에 사용된 지뢰는 총 3개로 북한제 목함지뢰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1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뢰를 매설하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국방부 조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북한제 목함지뢰, 남 "강한 송진냄새" 북 "화약냄새"

국방부는 지뢰폭발사건에 북한제 목함지뢰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 수거된 총 37개의 파편에서 풍긴 '강한 송진냄새'를 이유로 들었다. 군 당국은 지난 2010년 경기도 연천군 사미천에서 유실되어 수거된 북한제 목함지뢰에 '강한 송진냄새'가 났는데 이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 국방위는 목함지뢰는 단기전에 사용되는 것으로 2년 정도 지나면 쓸모가 없어, 사건에 사용된 지뢰가 목함지뢰라면 최근에 제작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거기에 묻을 지뢰가 없어 새로 만들어야 했겠느냐"면서 "굳이 냄새를 찾는다면 화약냄새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 국방부 한.미 공동조사단이 북한제 목함지뢰의 근거로 제시한 '강한 송진냄새'가 난 목함파편(왼쪽)과 직경 0.75cm의 용수철. [자료사진-통일뉴스]

또한, 국방부가 목함지뢰라는 근거로 현장에서 총 5종 43개의 잔해물을 수거, 분석했으며, 북한군 목함지뢰의 용수철과 강선, 직경, 무게 면에서 정확하게 일치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리고 공이는 북한군 목함지뢰 공이 상단에 고리가 끼워져 있지만 발견당시 폭발에 의해 떨어저 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폭발된 지뢰의 용수철이라면 적어도 부러졌거나 휘여들었어야 정상일 것"이라며 "용수철이 아무 일도 없은 듯이 생생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러저러하게 드러난 용수철은 군사분계선 일대에 수없이 널려있다"며 수거된 잔해물이 목함지뢰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뢰, 남 "북한군이 매설했다" 북 "유실된 것이다"

남북은 지뢰가 사고현장에 있던 이유를 두고 '북한군이 매설했다', '아니다. 유실된 것이다'라고 서로 입장을 달리했다.

국방부는 사고현장 지형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경사지역으로 유실될 가능성이 낮으며, 유실됐을 경우 지뢰만 떠내려 간 것이 아니라 흙과 함께 떠내려갔어야 하므로 통문 앞에 흙이 쌓여야 하지만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사고당일 김 하사가 통문 하단열쇠를 열기위해 무릎을 꿇었고, 지뢰가 유실됐을 경우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기에 남쪽 둔덕지역은 추진철책 설치 당시에 정밀지뢰작업을 실시한 지역으로, 공사병력, 공사차량이 활동해야 하는 곳이고, 병력이 평소 정상적인 활동을 했기에 지뢰가 유실되어 왔다거나 기존에 매설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 국방위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해당 지역에 150mm의 폭우가 내렸고, 북한군 지역이 아닌 남한군 초소 주변에 매몰된 지뢰가 떠내려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건발생에 앞서 해당 지역에서 얼마 전 자연재해로 140여 발의 지뢰가 터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우 평화활동가는 "지역적 특성을 보더라도 유실됐을 가능성은 낮다. 유실된 지뢰는 대부분 하천주변에서 발견된다"며 "기존에 매설된 지뢰가 탐지가 되지 않다가 오랜 세월이 지난 흙이 깎여 폭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국방위는 국방부가 사건 발생 초기 남한군 지뢰인 'M-14'가 폭우로 내려와 폭발한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 한.미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통문과 바닥의 14cm 공간을 이용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뢰를 매설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진은 군 관계자가 지뢰매설을 시연하는 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지뢰매설, 북 "동영상 제시하라" 남 "감시제한으로 영상 확보 못 해"

지뢰폭발사건으로 남북이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북한군이 매설했다는 영상은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라면 동영상을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북한군의 지뢰매설 시기로 해당 지역에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150mm의 비가 내렸고, 북한군 GP(비무장지대 소초) 병력이 같은달 25일 교대한 것으로 미뤄 지난달 25일에서 지난 1일 사이로 추정했을 뿐, 매설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안영호 한.미 합동조사단장은 이에 대해 "열상감시장치(TOD)는 추진철책 남쪽 지역만 촬영되는데 북쪽지역은 감시가 제한된다. 그렇지만 그 지역을 촬영한 화면도 우리가 다 확인을 했는데 북한군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한 지역은 수목이 울창해서 감시 장비로 보기에 매우 제한되는 곳이고, 또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감시장비로 봐도, 촬영을 해도 허옇게 나온다"면서 폭발 당시 영상만 공개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 사이 약 14cm의 통문과 바닥 공간을 이용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뢰를 매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지뢰폭발 당시 영상. 하지만 북한군이 매설했다는 영상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혀 남북의 공방 원인이 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에 북한 국방위는 "우리가 자기 방어를 위해 그것도 3발의 지뢰를 매설하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우리 군대가 그 어떤 군사적 목적을 필요로 했다면 막강한 화력수단을 이용하였지 3발의 지뢰따위나 주물렀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즉,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영상이 없는 한, 남북의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군 당국은 북한제 어뢰의 근거로 '1번'이라는 글씨를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를 일축해 여전히 논란 중이다.

이시우 평화활동가는 "북한이 매설했다는 영상이 공개돼야 명확하게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며 "핵심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남북의 공방전만 이어질 뿐이다. 오히려 우리가 남북간 합의를 먼저 깼다는 실책을 범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이 지뢰폭발사건의 '혹독한 대가'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이는 북한이 지뢰를 매설했다는 영상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된 것으로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를 남측이 먼저 파기를 자인한 셈이다.

남북은 사건 발생 10일만인 14일 서해지구 군통신선으로 전통문을 주고받았다. 북한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전장에 나와 군사적 결판을 내보자"라고 으름장을 놨고, 합참은 북한 총참모부에 "도발을 자행한다면 가차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맞서, 남북간 충돌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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