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2015년 8.15 광복 70주년이 다가오건만 현재 남북관계는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군사적 긴장이 서해를 비롯해 비무장대 주변에서 7년째 계속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20일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국회의장 회담과 9월 서울 안보대화 초청도 모두 거부했다. 6.15 민족공동대회도 이미 무산된 처지에 현재 815 민족공동대회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렇게 남북관계의 개선되고 구체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우리 정부는 신뢰프로세스 외교를 강조하면서 경직된 대북 적대정책의 기조를 지속하며 언젠가는 북한이 항복하고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악화 원인 제공은 누가 뭐래도 일차적으로 북한에 있지만, 남한 정부도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이렇게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일반적 걸림돌’로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세 변화를 유도하지 못하는 동력이 없는 ‘자주적 외교능력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 걸림돌’은 주지하다시피 ‘5.24 조치’와 ‘북한의 핵문제’이다.

구체적 걸림돌에서 5.24조치는 우리 정부가 과감히 철회하는 정책 결단만 내리면 된다. 한국정부가 결심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5.24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러는 사이 남북관계의 악화는 물론이고, 우리 남북경협기업은 모두 도산되어 경제적인 피해가 막심하다. 반면 북‧중 경제관계는 날로 발전되어, 북한의 중국 경제 의존상황만 심화되고 있다.

다음 남북관계의 두 번째 구체적 걸림돌인 북핵문제는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적 관심사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북미관계 정상화의 핵심이 북한 핵문제로서 미국의 가장 주요 관심사이다. 따지고 보면 북한핵이 풀리면 위의 5.24조치를 비롯하여 남북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그러면 과연 북핵문제의 출구전략은 없는가?

북핵은 군사용인가 협상용인가? 불평등한 국제핵질서(NPT체제) 속에서 북한은 핵보유를 통해 국가 체제유지에 결정적 이해를 갖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국제핵질서 속에서 자국의 국가생존을 위해 핵에 대한 유혹을 가진 국가가 국제사회에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북한, 남한의 주장을 절충해 합의한 6자회담 틀 속에서 2005년 9.19 공동선언으로의 복귀가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이상적 모델이다. 그러나 그 실현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비협조로 거의 불가능 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건의해 본다.

2005년 9.19 공동선언 당시 북한 핵능력은 초보단계였다. 그러나 2015년 현재 북한은 세계적으로 사실상 9번째 핵보유국가이다. 남북한 그리고 미국이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방치하는 지난 10년 동안 북핵 능력은 크게 성장했다. 그러므로 미국은 9.19 공동선언의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지 않는 한 북핵을 폐기시킬 국제적 레버리지가 전혀 없다. 차선책은 북핵을 평화적으로 잘 관리해 가는 방안이다.

북핵이 갖고 올 동북아 평화에 대한 위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핵은 원칙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북핵은 일본이 우경화와 군국주의화 구실로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고, 이것이 다시 동북아에 중국의 패권주의를 크게 자극해 중국, 러시아, 북한이라는 3각 신냉전구조를 심화시켜 한반도 평화통일에 큰 장애물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핵을 폐기시킬 국제적 국내적 동력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당분간 북핵은 다음과 같은 정책으로 평화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다.

첫째, 미국이 북한과 포괄적 방면에서 적극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한다.
둘째, 남한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용 정책으로 전환하고,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한다.
셋째, 북핵문제, 동북아 평화협력. 남북관계개선 3대 과제를 병행 추진해야한다.
넷째, 장기적으로 남한의 대미 외교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제고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의 동력을 확보해야한다.

대미 외교의 자주성을 제고하기 위해 남한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한다. 또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 설치를 반대하고,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여 ‘전략적 유연성’ 조항을 폐지하고, 또 한‧미 미사일 각서 폐기 및 원자력협정 개정 등 불평등한 대미 조약의 개정이 매우 필요하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엄중한 이 시점에서 한국정부는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현재 남북관계의 가장 큰 구체적 걸림돌인 북핵문제와 5.24 조치에 대해 과감한 정책전환의 결단을 보여주길 바란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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