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미 씨 페이스북 화면. [캡처사진 - 신은미 페이스북]

지난 1월 정부 당국에 의해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던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씨가 최근 평양에서 올리는 페이스북의 내용에 신경이 거슬리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신은미 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강연을 마치고 지금 북한에 와 있다며 “틈나는 대로 북녘 동포들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라고 보낸 후 진짜로 이날 오후 장충성당 미사, 옥류관 쟁반국수 점심을 시작으로 실시간 북녘 소식을 전해 주었다.

지난 3~4일에는 평양-원산간 이동 모습이 보이더니 5일에는 평양 칠골교회에서 진행된 주일 예배 모습이 올라왔다.

‘증오심’으로 가득한 댓글도 댓글이지만 신 씨의 평양행 자체를 문제 삼고 댓글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증오를 증폭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방북 중인 신은미 씨가 18시간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2015년 7월 5일 평양시 만경대구역 칠골교회' 예배 모습. [캡쳐사진 - 신은미 페이스북]
‘국가보안법’도 있고 그에 앞서 모든 다른 생각을 때려잡을 듯한 ‘증오심’이 엄존한 가운데 페이스북으로 북녘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게 놀랍다.

거꾸로 그렇게 북녘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과 또 다른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국가보안법 및 ‘증오심’과의 상관관계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놀랍다.

나아가 이런 기막힌 일들이 광복70년, 분단70년을 맞는 나라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나는 이번 방북 체류 중에 평양에서 서울로 틈틈이 카톡을 보냈다.”

지난해 9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후 지난 2월 <통일뉴스>를 통해 방북기를 연재한 재미 최재영 목사는 ‘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보내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평양에서 보낸 카톡을 서울에서 받은 사람들은 답장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을 언급했다고 하면서 최 목사는 “21세기 첨단 사이버 세상에 살면서도 70년을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은 언제까지 구석기시대처럼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니 카톡은 자유로울 망정 우리는 국가보안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그렇지만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더라도 카톡은 날아다닐 것이라고 해야 할까?

고려호텔 화재 사진 등 평양발 ‘카톡’으로 전송

▲ 지난달 12일 외신을 통해 공개된 고려호텔 화재 장면. 카톡을 통해 유통된 것으로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 몇몇 언론사에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지난달 1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경기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전' 북한 대 우즈베키스탄 간의 예선 경기장면. 경기장 주변에 북측 브랜드 간판이 노출된 장면이 보도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달 12일 외신은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고려호텔 꼭대기에 검은 연기와 화염에 휩싸인 사진과 함께 “화재는 11일 오후 5시30분께 호텔 36층 복도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경기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전’ 북한 대 우즈베키스탄 간의 예선 경기(16일 진행) 장면 사진과 함께 ‘련못무역회사’, ‘맑은 아침’ 등 북한의 무역회사와 연합기업소의 광고판이 10여개나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고려호텔 화재 장면이나 북측 브랜드 간판이 노출된 월드컵 예선 경기 사진은 모두 카톡을 통해 유통된 것이며, 하루 또는 며칠이 지난 후 몇몇 언론사에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한 주민들이 카톡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 내에 있는 외국인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접했을 때 휴대폰 카톡을 하면 남측으로도 들어오는 것이다.

오랫동안 관련 사실을 주의 깊게 파악해 온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북한에 머물고 있는 한국계 외국인 교수나 외교관들이 인터넷을 할 때 (카톡을)보내며, 물론 그것도 다 검열이 되고 있지만 자연경관 등을 올리는 것은 (북측 당국에서)눈감아 주는 상황”이라며, “우리(한국) 신문에 나오는 사진들이 북측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주민들이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다음카카오 측이나 정보 당국에서는 남북사이에 무선인터넷 등을 이용한 SNS통신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북에서 해외로 나가는 데이터 통신의 전체 용량만 체크하는 것 같다고 파악하고 있다.

北, 중국도 허용않는 트위터 등 허용

신은미 씨의 경우,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SIM 카드를 샀더니 인터넷, 국제전화 모두 가능하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 북한주민들과 관리들이 스마트 폰으로 노동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2014년 9월). [자료사진 - 통일뉴스]

앞서 최재영 목사의 경험은 더욱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최 목사는 지난해 9월말에서 10월초까지 자신이 평양에서 겪은 바를 전하면서 “내가 이번에 사용한 북한의 인터넷 속도는 미국이나 한국과 전혀 차이가 없이 매우 우수한 성능이었으며, 특히 평양시내에서의 무선 와이파이(WiFi)는 매우 강력하게 터졌다”고 말했다.

나아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도중에 버퍼링이나 끊김 현상도 전혀 없었으며, 차안이나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메신저와 국제전화를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내가 거주하는 미국 보다 오히려 더 잘 터졌다”고 덧붙였다.

최 목사에 따르면, 평양에서는 아직 외국인에게만 허용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평양 통신국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외부세계와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으며 아직 중국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트위터와 SNS 서비스를 북한에서는 무한 제공하고 있다.

북한에서 WCDMA(광대역 부호분할다중 접속) 휴대폰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고려링크의 SIM카드를 꽂으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국제전화가 가능하다.

요금은 가입비 204달러(심카드 구입비 84달러, 인터넷 가입비 120달러)와 매월 사용료 22달러(심카드 사용료 8달러, 인터넷 사용료 14달러)이며, 인터넷 데이터 요금은 50MB를 기본 제공하고 1MB 초과할 때마다 0.1유로를 월 기본 사용료와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요금 충전은 북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직불카드인 ‘나래카드’로 해야 하며, 요금 충전이 돼 있지 않으면 전화나 인터넷 연결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한다.

▲ 고려링크사의 모바일 전용 심카드의 뒷면. [자료사진 - 통일뉴스]

평소에는 호텔 객실에 연결된 유선 인터넷을 노트북 PC와 연결해서 30분당 얼마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마식령스키장을 여행한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조명지 중남부 회장은 방북기에서 “마식령호텔에는 와이파이(WiFi)시스템이 설치돼 있어서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휴대폰 이용자 300만명, 인터넷 이용은 제한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이뤄진 일이다.

지난 2013년 1월 7일 전까지만해도 평양공항의 수화물 검색대를 통과하는 외국인과 해외동포들은 갖고 있던 스마트폰이나 전화기를 무조건 공항요원들에게 반납해야 했다. 반납한 기기는 밀봉 처리된 후 특정 장소에 보관되었다가 출국하는 날 항공 티켓과 함께 되돌려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띄는 변화는 평양을 비롯한 북 전역의 휴대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현재 북측에서 적용하고 있는 3세대(3G) 무선이동통신 서비스는 지난 2008년 12월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조선체신회사와 이집트 오라스콤이 공동으로 시작한 것으로 2009년 평양 전역에 기지국이 세워져 시내 통신망 구축이 완성, 서비스 개시 1년 4개월만인 2010년 4월에는 이용자가 12만명을 넘었다.

그해 말까지 평양-향산, 평양-남포 고속도로를 비롯해 평양을 기점으로 한 주요 도로와 철도구간, 각 도 소재지는 물론 시·군소재지의 통신망을 정비, 60만 명에 육박할 만큼 이용자를 단기간에 확대했다.

▲ 보통강호텔 국기게양대 아래에 자리 잡은 통신기지국 안테나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5년 현재 북의 휴대폰 이용자는 약 300만 명에 달하며, 3G망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는 음성통화와 SMS(Short Mail Service, 단문자서비스) 뿐만 아니라 화상통화(TV전화), 음악배신(스트리밍 서비스) 등 대용량 고속통신을 확대하고 있다.

평양 거리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며,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면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이미 북에서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또 아직 북측 주민들이 국제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는 없으며, SNS 등을 통해 국제 인터넷 망과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정-6일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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