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앞에서 '한·일협정체결 50주년에 즈음한 평화행동'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금은 축하 리셉션 따위는 집어치우고 과거의 한·일 협정을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대의 신 조약을 체결할 때이다.”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체결 50주년을 맞는 22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앞.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식민지배 용인한 한·일협정 폐기하라!’, ‘식민지배 부정, 한반도 재침략 노리는 아베정권 규탄’ 등의 피켓을 들고 ‘한·일협정체결 50주년에 즈음한 평화행동(평화행동)’을 진행했다.

호텔 안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렸고, 같은 날 일본 도쿄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교차 참석한 가운데 주일 한국대사관이 같은 성격의 행사를 주최했다.

‘평화행동’ 참석자들은 “1965년 한일협정은 1910년의 한일병탄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이날 축하 리셉션을 비판하고 “독립을 위해 한 목숨 바친 독립투사들이 무덤을 박차고 일어설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교차 참석, 50년전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한·일 및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의 ‘새 시대’를 다짐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참석자들은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체결 이래로 일제 식민지배 청산의 길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왔다”며, 아베 정권에 “시대착오적인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등을 폐기하고 새로운 조약과 협정을 체결, 반역사적인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거사를 조속히 청산하고 새로운 한일관계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한·일관계를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부터 비롯된 ‘한·일협정체제’로 명명하고 이의 폐기를 주장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이자 구체적으로 위안부, 강제징용피해자, 원폭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이 없는 가운데 1965년의 한·일협정을 반대했던 연인원 500만 명의 시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들은 또한 과거 미국이 일본의 침략전쟁 책임과 배상을 면제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체결하고 그에 이은 후속적 조치로써 한·일 기본협약 및 관련 4개 협정 체결을 강권함으로써 남한을 일본 안보의 방파제로 삼은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냉전체제를 완성했다고 지적, 일본은 70년동안 남북 분단 상태를 벗어나지 못 하도록 한 책임도 아울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한·일 기본조약으로 구축한 반세기 이전의 냉전체제 재현 음모이자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 오후 6시 30분. 호텔안에서 진행되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 차량이 들어서자 평화행동 참석자들은 '‘박근혜 정부는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반대 입장을 밝혀라!’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종일 서울 평통사 대표는 “식민지 땅에서 천추의 한을 남기고 돌아가신 조상들이 수억 명이며, 지금도 생존 위안부가 50명밖에 남지 않았고 강제징용 피해자 수십만 명의 증빙서류는 다 불태워졌고 원폭피해자 2~3세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한·일협정 50년을 기념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단지 그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국주의 부활의 야욕을 불태우며 헛된 꿈을 꾸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아베 정권은 위헌적인 집단자위권 행사와 신 미·일 방위협력지침 및 관련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한·미·일 3각 미사일 방어망과 군사동맹 구축을 꾀하고 아태지역의 맹주 자리와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웨스틴조선호텔 자리는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환구단이 있던 곳이다. 이 곳은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상징적 시설로, 당시 고종황제가 머물던 덕수궁과 마주보는 자리에 지어졌다. 고종이 1897년 황제로 즉위하면서 제국의 예법에 맞추어 건설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3년 조선총독부는 이 자리에 조선경성철도호텔을 지었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을 주최한 일본대사관으로서는 더할나위없이 적절한 장소였겠지만 뒷맛이 쓴 곳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협정 체결 50주년에 즈음한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문>
불법 침략과 식민지배 및 배상에 대한 국가적 ․ 법적 책임 외면하고,
또 다시 군국주의 부활과 전쟁의 길을 가려는 아베 정권 규탄한다!
― 굴욕적 한일협정 폐기하고, ‘위안부’, 강제 징용․징병, 한국인 원폭 피해 문제 해결에 나서라! ― (전문)

오늘은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체결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을 맞는 우리의 소회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은 한일협정 체결로 양국 국교가 정상화된 지 50년이 지나도록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아베 정권이 신미일방위협력지침과 안보법제 개정으로 군국주의 부활과 한반도 재침략을 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한시라도 빨리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를 청산함으로써 국가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역사적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우리는 불법적인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고 위안부 성노예, 강제 징용·징병, 한국인 원폭 피해 문제 등에 대한 배상을 외면한 한일협정을 폐기하고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배상할 새로운 조약과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한일관계를 바로 잡을 것을 아베 정권에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군국주의 부활과 재침략의 길을 단념하고 선린․호혜적 한일관계를 수립함으로써 한일이 동북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는 길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일본은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불법성과 책임을 인정하고 조속히 배상에 나서라!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체결 이래로 일제 식민지배 청산의 길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왔다. 일본은 한일 기본협약 2조(“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은 이미 무효”)를 근거로 식민지배를 합법적인 것으로 주장해 왔으며, 청구권 협정 2조(“양국 및 국민 간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 문제가 …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를 근거로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버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남)이 일제 침략전쟁의 책임에 따른 배상을 받은 것과 비교해 매우 굴욕적이다. 또한 위안부, 강제 징용‧징병,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도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식민지배 피해자들이 낸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등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배상 소송도 청구권 협정 2조를 근거로 일본 법정은 물론 한국 법정에서조차 번번이 패소를 당해 왔다.
냉전체제 와해와 식민지 국가의 민주화의 영향으로 그나마 전향적인 반성과 사죄를 담고 있다는 ‘고노 담화’나 ‘무라야마 담화’조차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합법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있어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일강제병합조약’ 등의 체결 과정에서 비준권자인 대한제국 황제의 수결조차 누락되었고, 조약에 대한 비준서도 없는 등 일제의 무력시위와 위협 등의 강박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국제법상 무효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이에 한국 대법원은 2012년,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 및 배상 회피를 한국 헌법에 위배되는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인 것으로 판결함으로써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에 조종을 고했다.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담고 배상 책임을 규정하는 신조약과 협정을 체결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등을 폐기하고 새로운 조약과 협정을 체결하여 반역사적인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거사를 조속히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어 갈 새로운 한일관계 수립에 나설 것을 아베 정권에게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일본은 국군주의 부활과 재침략을 단념하고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에 책임을 다하라!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대소 냉전체제를 구축하면서 전범국 일본을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일본의 침략전쟁의 책임과 배상을 면제해 주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체결하였다.
나아가 미일은 한국에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른 한일 기본협약과 관련 4개 협정 체결을 강권했으며, 이를 성사시킴으로써 한국을 일본 안보의 방파제로 삼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냉전체제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한편 한일 기본조약은 남한만을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함으로써 한반도 대결과 분단 상태를 떠받쳐 주고 한층 고착시키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지난 식민지배를 청산해야 할 의무와 함께 해방 후 70년 동안이나 한반도가 남북 대결과 분단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아온 책임도 아울러 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권은 위헌적인 집단자위권 행사와 신미일방위협력지침 및 관련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한미일 3각 미사일 방어망과 군사동맹 구축을 꾀하며 아태지역의 맹주 자리와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고 있다.
소련을 대체해 중국을 포위하는 신냉전체제를 구축하고 경제협력 대체해 군사협력을 내세워 한국을 일본에 군사적으로 복속시키면서 자위대의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한일기본조약으로 구축한 반세기 이전의 냉전체제를 재현시키려는 것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될 것이다.
그러나 군국주의 부활과 재침략전쟁의 길의 끝은 또 한 번의 참담한 패전의 낭떠러지일 뿐이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참상의 재현일 뿐이다.

이에 일본이 불법적인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하고 새로운 조약과 협정을 체결해 화해와 평등한 한일관계를 수립하고 북일수교와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에 나서는 것은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체결 50주년을 맞는 오늘 일본의 가장 시급한 국가적 책무일 것이다.

2015년 6월 22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평화재향군인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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