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과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15일 6.15공동선언 발표 15년을 맞아 북측이 내놓은 ‘공화국 정부 성명’이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은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낙근 여의도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이날 <통일뉴스>와 통화에서 “여러 조건이 있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며, 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롭고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서 북측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비방 중상 및 도발행위 중단, 그리고 5.24조치 철폐 등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등은 연초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1월 하순경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온 이야기이며,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난 1월부터 북측은 ‘말이 아닌 실천적 행동’을 요구해 왔고 남측은 ‘무조건 대화’를 강조해 왔는데, 지금까지 서로 맞서 온 상황을 끝내고 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낙근 실장은 “북측의 의도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특히 성명에서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말한 것은 서로에게 적실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온 겨레가 북남관계개선과 조국통일에 대한 커다란 기대와 열망을 안고 맞이한 뜻 깊은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으며, “지금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 손잡고 북남관계를 풀어나가느냐 아니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다가 선임자들처럼 비참한 종말을 고하느냐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의미있는 개선과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광복70년을 맞는 올해를 그냥 넘기게 되면 정부는 여러 가지 부담을 지면서 내년 총선을 맞을 수 밖에 없으며, 북측에서는 ‘1년 남은 정권과 뭘 하겠느냐’는 부정적 태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남북 양쪽에 대화를 위한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정 실장은 짚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북측 성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북측이 대화를 하자는 데 의미를 두고 대화 기회를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기대섞인 관측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발표된 통일부 대변인 성명은 “부당한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국간 대화의 장에 나오는 한편, 남북 간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민간 교류에도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는 것이었다.

북측이 성명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신뢰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데 대한 특별한 관심과 언급은 없었으며,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측이 이날 발표한 공화국 정부 성명은 6.15 15돌을 맞아 발표한 것이라는 의미가 크며, 당일 월북자 2명을 함께 내려 보낸 것으로 보아 남측에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1, 2항의 정신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5개항의 입장은 남측 당국이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내용이라며, 전반적으로는 북측이 “올해 6.15공동행사 당시 보였던 여러 혼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8.15공동행사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하겠다는 정도 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한 정낙근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방미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됐더라면 방미 후 올해 하반기부터는 남북간 대화모드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 신질서와 관련해 일본을 품에 끌어안은 미국은 한국의 지지가 절실하며, 이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남북관계에 대한 양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올해 8.15 70돌을 맞아 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이 발표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무리이지만 그 정도 속도까지 욕심내볼만 하며, 그 정도의 내용이 나와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고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반적으로 올 하반기 남과 북은 만나서 대화하는 국면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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