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면, 아니 남북의 평화라도 공고히 정착되면 우리 회사 북측 근로자들이 사는 집에 꼭 가보고 싶어요. 같이 술도 마시고 싶고요, 좋은 음식 대접받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을 진짜 가슴으로 만나보고 싶어요. 그러고는 꼭 그말을 해 주고 싶어요. ‘이제 나를 믿어주겠어?’라고요. 여전히 우리는 개성공단에서도 경계하고 있잖아요. ‘정말, 서로 믿자!’라고 하고 싶어요." -400 여명의 북측 근로자들과 대여섯 명의 남측 주재원이 근무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현지대표격인 양명진(가명) ‘법인장’. 2007년에 입사,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이다.

“협상하면서 남측 사람들과 자꾸 부딪치는 북측 간부들은 결국 밀려나더라는 거예요. 남측에 비우호적인 사람은 대남사업에서 배제되는 거죠.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체제가 만나는 접점에 있으니까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해요.”-개성공단 착공 당시부터 2014년까지 10여 년간 공단업무에 종사한 남영준(가명) 차장.

▲ 기획총괄 김진향, 취재 강승환·이용구·김세라 『개성공단 사람들』, 내일을여는책, 279쪽. [사진제공-내일을여는책]

체류 초기부터 써온 일기를 책으로 엮을 생각도 했다는 그가 전하는 성공적 대북사업의 비결은 ‘열린 마음’이었다.

그는 북측 사람들이 입이 무겁고 정이 많으며, 강직하고 정의감이 강한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부나 형제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면 남에게 자기 생각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10년 관찰 일기를 공개했다.

『개성공단 사람들』은 북측 개성시 판문군 및 봉동리 일대, 124개 국내 기업들과 5만3천여 명의 북측 근로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개성공단. 그곳 현장에서 매일 작은 통일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근무자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자 개성공단의 속살과 서로의 맨 얼굴, 통일이 어떻게 이루어져 가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총괄 기획을 하고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는 강승환, 이용구, 김세라 작가가 개성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9명을 인터뷰해서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인 개성공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지내면서 북측과 협상을 담당, 공단운영에 녹아든 우여곡절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 전문가.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개성공단을 통해서 본 북한 사회와 통일의 전망 등 김 교수가 별도의 장으로 설명하는 것 만으로도 개성공단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정도이지만, 3명의 작가가 전해주는 ‘개성공단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깊은 모색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비록 가명으로 신분을 감췄지만 개성공단에서 살아 온 몇 년간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구체적이고 성숙한 의식은 감춰지지 않고 독자들에게도 감응을 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북한 사회에서 상당한 고위층에 있었던 이탈 주민으로 소개한 김성룡 경북대 대학원 철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한국사회에서 북한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글이나 책을 본 적이 없다. 왜곡과 오도의 일반화는 물론, 차마 논문이라고 하기에도, 책이라고 하기에도 가당찮은 글들이 버젓이 인쇄되어 공론화되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며, 한국 사회의 풍토를 비판한 후 『개성공단 사람들』의 원고를 읽고 “제대로 된 북한 사회 이해와 평가를 보는 듯해서 놀랐다”고 적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해 북측과 힘을 합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봅니다. 이념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은 어렵겠지만, 개성공단같은 방법을 쓰면 통일비용도 줄이고 북측 사람들의 자존심도 살려줄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국가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1983년에 설립, 올해 32년째를 맞는 가정용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S사의 김영식(가명) 대표는 한국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라고 말한다.

"개성공단에서 확인한 실제 경험이 그것을 보증하는 확실한 희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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