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이달 초 기준으로 개성공단 전체 입주기업 123곳 중 49곳이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북측에 3월분 임금을 지급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달 임금지급 기한인 24일 임금납부 기업이 18곳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 조사과정에서 31곳이 늘어난 것이다.

이중 5군데 기업은 북측이 통보한 최저임금 월 74달러 기준 차액에 대한 연체료 납부를 약속하는 ‘담보서’에 서명한 후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했다.

통일부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담보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남측의 ‘수당’에 해당하는 ‘가급금’이나 장려금 등을 통해 편법으로 북측이 요구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춰 준 기업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측이 입주기업들에게 2중 장부 작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연체료 부과, 잔업거부, 태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위협했으며 입주기업들은 이에 굴복해 임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임금지급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노동을 기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임금지급을 마냥 미룰 수 없는 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해 온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통일부는 이들 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지급 경위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특히 정부 지침을 의도적으로 위반한 것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그간 정부는 임금 문제를 개성공단의 장래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대처해왔다"며 "정부가 북측의 일방적 임금인상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이를 방임할 경우 북측이 자의적으로 임금을 인상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이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10일로 다가온 4월분 임금 지급일과 관련해선 "정부는 3월분 임금 납부 사례를 참고해 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에 대해서는 "편법을 부추기면서 연장근무 거부, 태업 위협 등으로 입주기업을 압박하는 부당한 행태를 중단하고 진지한 태도로 남북간 협의에 나와야한다"고 요구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북측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남측과 공식적으로 협의해 최저임금을 정하면 남한기업들도 떳떳하게 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불할 수 있고 남북한 간에 갈등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기업자율 처리...제도개선, 관리위-총국 채널 ‘출구전략’

한편, 지난 6일 개성공단 현지에서 기업 법인장 등을 대상으로 ‘개성공단 미래전략’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돌아 온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8일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을 통제와 제재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원 대상으로 봐주어야 한다”며 정부 대처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진향 교수는 또 최근 교착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위해 “새로운 개성공단의 질서에 맞추어 임금문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제도개선 문제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공동위 채널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관리위-총국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투트랙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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