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2011년 12월 17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후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2월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 2012년 4월 11일 당 제1비서 및 4월 13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북한 권력 핵심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정은의 집권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정치력을 발휘하여 권력을 장악하였고 이제는 그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특히 2013년 12월 ‘풍운아’였던 장성택이 처형당한 직후 잠시 고개를 들었던 김정은 권력 불안정론도 많이 잠잠해졌다. 김정은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강한 승부욕과 강한 권력에 대한 의지(will to power)때문이다. 최고 지위에 올라간다고 해서 누구나 다 권력을 잘 장악한다고 볼 수 없다. 로마제국 시대나, 중국 황제 시대나, 조선왕조 시대나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경우가 많았다. 최고 권력은 전적으로 그 소유자의 능력 여하에 의해 소유자에게 오래 붙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관련하여 권력 소유자가 그 권력을 죽음을 각오하고 보위할 의지가 있느냐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김정은은 유약하지 않고 권력 유지를 위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농구를 하듯이 권력을 갖고 놀 줄 아는 것 같다. 그는 철저한 마키아벨리스트(Machiavellist)이다. 김정은은 진퇴의 시점이 분명하고 기회가 오면 집중해서 현란하게 칼을 휘두른다.

김정은은 아바타(avatar)를 다룰 줄 아는 무인형 기질의 인간이다. 장성택 처형, 장군에 대한 ‘계급장 정치’, 장군 수영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대외적으로는 2013년 2월 실시한 제3차 핵실험이다. 이 사건은 미국, 일본, 중국, 남한 모두를 겨냥한 것이었다. 특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국을 ‘주타방’으로 삼은 것이었다. 중국이 지금까지 김정은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또 다른 김정은의 강점은 상황을 재빨리 판단하여 과실을 인정할 것은 솔직히 인정해 버린다는 점이다. 은둔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일 텐데도 김정은 솔직하다.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고 숨겨봐야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아직 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요하면 자기의 민낯을 다 보여주고 대항해 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이다.

2012년 4월 위성발사장 외신기자에게 공개 및 위성 발사 실패 인정, 5월 만경대유희장 풀뽑기, 7월 부인 리설주 공개,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공개, 2014년 5월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과, 2014년 10월 지팡이 짚고 등장 등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는 파격이 지속되었다.

그는 지금 국내․외 ‘적과의 전쟁’을 진행 중에 있다. 피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큰 모험임이 분명하다. 5월 중 모스크바 방문도 비행기를 이용할 태세이다. 아버지인 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서 위험한 모험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은 이미지 정치(image politics)에 강하다. 그는 육성 신년사 팔표, 수차례의 유아원 방문, 평양 밝게하기, 각종 위락시설 건설 등과 함께 2012년 8월 목마선 탑승 최전방 무도 방문, 2014년 12월 비바람속의 잠수함 부대시찰, 2015년 4월 비행기 직접 조종 및 조종사들과의 백두산 등정 등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

사실 일체의 비판이 허용되지 않은 북한에서 이러한 영상과 사진들은 ‘김정은 위대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솔직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일반인들은 지도자의 이미지만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북한에서 자기의 지도자가 인민을 위해 ‘위험한’ 행동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면 그 효과와 정치적 지지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우리 외교는 ‘고립무원의 상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더욱 그런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과 영원히 대화를 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아베가 아무리 밉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처럼 현실주의적 외교를 해야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일본과 대화한다고 해서 미국이나 중국이 속마음까지 일본에게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제정치는 철저히 이익의 관점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싫어도 만나는 것이다. 이익만 따먹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관계를 국가이익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 민족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움직이다보면 민족이익도 챙길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5월에는 북러 정상회담, 9월에는 북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솔직히 김정은은 ‘애송이(?)’이 답지 않게 국가이익 관점에서 국가를 운용하고 있는 것 같다. 매우 전략적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앞에서도 분석했듯이 그는 안정된 절대 권력을 바탕으로 과감히 생존 전략으로부터 발전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큰 승부’를 걸고 있다. 그는 남북관계도 그렇게 끌고 가려 하고 있다. 남한의 영유아 지원만 가지고는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이유이다. 김정은보다 훨씬 나이많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 큰 외교’를 기대해 본다. 최소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대화있는 경쟁’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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