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행복조차 배워야 하는 짐승이다 2 (니체)

 

여보, 띠포리가 떨어지면 전 무슨 재미로 살죠
- 성 미 정

유일한 재미라야 가끔 맥주를 마시는 것과
재미라곤 약에 쓸려고 해도 없는 남편을
골려주는 재미로 사는 35살의 가정주부 성모 씨가
어느 날 띠포리라는 멸치 비슷한 말린 생선을
만난 후 다양한 재미에 빠져드는데

띠포리에서 깨끗한 국물을 뽑기 위해선
대가리와 내장을 발라내는 게 필수
그런데 이 띠포리란 놈은 멸치와 달리 납작하고
뼈가 센 것이 특징이라 잘 벗겨지지 않는
재미와 손가락을 찔리는 재미
게다가 금방 손질을 끝낼 수 없는 재미까지 있는데

35살의 주부 성모 씨는 띠포리를 손질하는 게 재미있을수록
띠포리가 줄어드는 만큼 불안 또한 커져가는데
급기야 띠포리를 다 손질하지 않고 심심할 때마다
조금씩 아껴 손질할 생각까지 하게 되고

어느 적막한 밤 성모 씨가 남편에게 묻기를
여보 띠포리가 떨어지면 전 무슨 재미로 살죠
남편 배모 씨는 너무나 비장한 아내의 질문에
화들짝 놀라 혹시 띠포리가 떨어지면
아내가 자살할까 봐 내심 걱정이 되길래
띠포리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사서 채워놓으리라
성모 씨에게 다짐을 하고

그날 이후 35살의 주부 성모 씨의 인생엔
근심 걱정이 없다는데 세상이 아무리 지루해도
띠포리가 있고 띠포리를 사주겠다는
남편이 있으니 더 이상의 행복은 욕심이라며
자신을 타일러가며 띠포리를 손질한다는데.


요양원에 계시는 한 할머니께서 “나는 그 동안 참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이런 고생을 하네.”라고 말씀하신다.

니체는 정신 병원에 가서도 “나는 행복하다!”고 외쳤다.

모든 사람이 니체처럼 고상한 정신세계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삶이 정말 그런지는 진지하게 성찰해보아야 한다.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았다면 요양원에서도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무엇에 열중하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과 ‘행복감’은 다르다.

행복은 깊은 내면에서 분수처럼 혹은 은은하게 솟아올라오는 것이지 막연한 어떤 안락한 느낌 같은 것이 아니다.

‘띠포리에 열중’하며 ‘근심 걱정 없이 사는 성모 씨’, 우리는 흔히 이런 삶을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띠포리’ 대신에 넣을 수 있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퀼트, 골프, 쇼핑, 등산, 에어로빅, 바둑, 자전거, 고스톱, 일, 도박, 음주, 헬스, 노래, 독서, 악기 연주, 서예, 음악회, 연극, 영화...... .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

‘행복’은 바로 ‘도’ 같은 것일 것이다. 한 번 체험하고 나면 죽어도 좋은 그런 것.

따라서 우리는 쉽게 행복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 행복을 상상할 수 있고 진짜 행복을 향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테니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