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관할하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총국) 관계자들을 면담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입주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지만 건의문 접수는 거부당했다고 18일 밝혔다.

정기섭 회장을 비롯한 14명의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쯤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 오전 11시부터 북측 총국 당국자들과 2시간 가량 면담한 뒤 오후 4시 30분경 돌아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회장은 북측이 A4 용지 1장 분량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단 건의문의 접수를 거부했지만 “2시간 가량의 면담 과정에서 건의문 내용의 10배 이상 되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주 못 만나고 못했던 얘기를 이번에 충분히 나눴다”며 “우리 입장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측은 오늘 면담을 계기로 앞으로는 비정기적으로나마 자주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특히 “공단 기업들이 바이어들로부터 거래 축소나 중단을 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와 지난 2013년 사태와 같은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입장 등을 충실하게 전했다”고 확인했다.

124곳 입주기업 중 115곳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건의문은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은 바이어와 외국투자자 등에게 신뢰를 줄 수 없으므로, 남북 당국 간 협의를 거쳐 확정하는 것이 신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측의 노동규정 적용이 강행되면 신규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 가동 중인 기업들도 남측 정부의 행정조치와 고객 및 바이어의 신뢰 상실 등으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간 협의에 대한 북측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고만 답해, 당국 간 냉기류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북측에선 박철수 총국 부총국장을 비롯한 5명의 관계자가 나와 이들과 만났으며, 북측의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입주기업 대표단의 건의문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미루어 개정된 노동규정의 관철 의지를 재확인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 폐지 등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13개 조항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고 지난달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한편,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당국간 협의를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업들의 의견이 북측에 잘 전달되어 이번 노동규정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까지 예상하면서 강공을 펼치는 것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토지사용료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북측과 협의하겠다”며, 큰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개성공단 부동산규정에 따라 개성공단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다음 해인 올해부터 토지사용료를 부과하기로 되어 있는 부분은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측과 협의를 통해서 기업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않도록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서’ 잘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대변인은 ‘대북전단’ 문제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원하고 있는 ‘당국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중요한 걸림돌로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한 정부입장을 요구받고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북한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기업이 호소하는 애로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는 입주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북측이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 측에서 이미 제의한 공동위원회에 북측이 조속히 호응해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정기섭 회장은 이날 오전 출경길에서 “사실상 당국간 대화만 재개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대화자체가 안 되고 있다”며 “그것은 (대북)전단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전단 살포가 억제되면 임금인상 등 노동규정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정부와 인식차를 보였다.

또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은 기업들이 협의를 통해 수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3보,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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