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기자(bhsuh@tongilnews.com)



▶국방회담 북측대표단 귀환
26일 오후 국방회담에 참가한 북측대표단이 우리측의 배웅을 받으며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의미있는 당국자간 회담으로 기대되었던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군 당국이 뒷받침하기로 공식 합의한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분단를 물리적으로 지탱해왔던 군 당국간 최초의 접촉으로 상호이해와 협력의 문을 열었다는 역사적 의의가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25-26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현재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이 대표로 참여하였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의미를 부여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회담을 마치고 양측간에 합의한 5개 사항은 2개의 원칙적 내용과 3개의 구체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칙적 내용이란 남북한 군 수뇌부가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1항),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영구적 평화 수립을 위해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공동인식(2항)을 말한다.
구체적 내용은 경의선 철도복원 및 문산-개성간 도로복구 사업에 양측 군이 협력하고(3항), 정전협정에 기초하여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개방하여 남북관할지역을 설정하고(4항), 2차 회담을 오는 11월 중순 북측에서 개최하기로 한 점(5항) 등이다.

이상의 내용을 볼 때 이번 회담은 남북한 당국이 합의한 경의선 복원 및 도로 복구사업에 군 당국이 공동 협조하는 것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인적, 물적 교류의 기초를 마련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였다. 이것은 남북한 양측이 사전에 합의한 사항이어서 논의결과로 도출될 것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그간 어려운 점이 존재하였다. 즉 북한내에서는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데 군부의 동의 및 대응 방안 모색에 시간이 필요하였으며, 미국 등 주변국가들의 대북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 국방장관회담을 철도 및 도로 복구사업에 한정해 군사적 접촉을 시도한 것은 북한측의 입장에서 볼 때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여기에 더하여 남한측이 희망하였던 초보적 수준의 군사적 신뢰구축은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에 관한 기본적 입장(2항)에 대해 남북한 군 수뇌부가 공동인식함으로써 향후 회담을 거듭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즉 남한측이 이번 회담을 준비하면서 자체적으로 또는 여론으로 지적하였던 군 직통전화 개설, 군사당국자회담의 정례화, 군사훈련 및 군 병력의 상호통보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공동보도문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항구적 평화 수립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은 군사적 신뢰구축은 물론 이를 기초로 한 평화체제 구축에 북한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특히 철도 및 도로 복구사업에 관한 양측 군 당국의 상호 협력이 향후 군사적 신뢰구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져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양측은 10월초에 실무급회담을 열어 구체적인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상호간 군사적 신뢰가 부재한 상태를 고려할 때 이러한 계기를 통해 상호간 불신 해소와 신뢰 형성을 쌓아가는 단계적인 접근 태도가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남북간 교류 영역에 있어서 군사적 교류가 그 속성상 경제적, 문화적 교류보다 느리고 신중한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현단계에서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타분야의 그것과 연계하여 추구하는 방식을 일정하게 지속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은 북한군부의 대남 불신을 제거하고 상호협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학습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국방장관회담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에도 임진강 수해방지, 꽃게잡이 공동어획 경비작업 등을 통해 상호 접촉 및 신뢰 형성을 마련할 계기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속에서 사안별 군 당국간 실무회담과 국방장관회담을 병행하여 나갈 때 본격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의 궤도가 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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