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인 올해 3월 1일 대전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대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피맺힌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 땅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인권이 존중되고 평화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는 대전시민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을 맞은 2015년 3월 1일, 대전시청 북문 앞 보라매근린공원에 세워진 ‘대전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이다.

▲소녀상은 일본군에 끌려갔을 당시의 한복 입은 13~15세 정도의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뜯겨진 머리카락, 꼭 쥔 두 손, 편하게 땅을 딛지 못하는 소녀의 맨발, 어깨위의 작은새, 할머니의 그림자, 가슴에 나비를 품은 그림자, 떠난 할머니의 빈자리 등 조각한 조각상이다. 대전에 설치된 소녀상 주변에는 소녀상 건립에 뜻을 같이 한 2377명의 시민들과 단체의 이름이 전부 새겨져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대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렸다.

지난 해 8월 28일에 '대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상임대표 김용우, 이하 시민추진위)'가 발족한 지 6개월 만에 소녀상 건립에 성공한 셈이다.

대회사에 나선 김용우 시민추진위 상임대표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자주평화통일운동을 펼치는 평화나비운동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 대회사를 하고 있는 ‘대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김용우 상임대표. 소녀상이 설치된 보라매공원을 ‘아크로폴리스’와 같은 현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권선택 대전시장. 평화의 소녀상 제막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준 시민들과 건립 시민추진위원회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기념사에 나선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번 제막식을 바라보며 역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 역사 정의 실현 및 평화정신을 드높이게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우리 지역이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통해 전쟁과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이 말살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소망”했다.

대전시의회 김인식 의장도 “평화의 소녀상이 우리는 물론 후세까지 ‘위안부’라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끊임없이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는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 말했다.

▲ 제막식에 참석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세, 왼쪽), 길원옥(88세) 할머니.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이날 제막식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세), 길원옥(88세) 할머니도 참석했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 늘 참석하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는 “과거 우리는 박정희 시대 때 (한일기본)조약 맺을 때에만 확실히만 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었겠냐?”며, “박정희 대통령이 해결 못 지은 것을 딸이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그 딸이 해결지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국민들이 죽는지 사는지 모르고, 자기네들 집안싸움만 할 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북통일이 되어 전쟁이 없는 나라, 평화의 나라가 되어서 자손들은 마음 놓고, 편안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말을 이었다.

주말을 맞아 시민들도 제막식 행사장에 참석했다. 천안에 사는 친척집에 방문했다가 이날 행사장을 찾은 김예슬(22, 영국 거주) 씨와 그의 어머니는 “오늘 행사를 보고 애국심이 부쩍 발동했다”며, “대전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시민이 엄청 많을 텐데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적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 제막식에 참석한 김예슬(왼쪽 두 번째) 씨 가족과 친척.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3.1절 96주년을 맞아 제막행사 참가자들이 자주평화통일을 외치며 만세삼창을 외쳤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또한 자원봉사로 참여한 구아현(한밭고 2학년) 학생은 “원래 평소에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수요집회 같은 것이 서울에서만 있어 아쉬웠다”며, “이렇게 평화의 소녀상이 (대전)지역에도 세워지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복동, 길원옥) 두 분 할머님에 대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시민추진위 이영복 운영위원장은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 최초로 민과 관이 힘을 합쳐 건립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며, “대전의 사례가 역사를 바르게 세우고 기억하는 일에 민관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모금에 참여한 2377명의 시민들과 단체의 이름이 소녀상과 함께 모두 새겨졌다”며, “대전 평화의 소녀상에 참여한 시민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소녀상을 찾아와 올바른 역사와 평화를 배우고 가는 교육현장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제막식 후 권선택 대전시장,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박범계 국회의원(서구 을) 등이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제막식에 참가한 한 시민이 소녀상 맨발에 자신의 목도리를 풀러 감싸주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한편, 소녀상은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20년)를 맞이하여 2011년 12월 14일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제작하여 설치했다.

이후 고양, 통영, 성남, 수원을 비롯 미국의 글렌데일시와 디트로이트에도 소녀상이 설치됐으며, 대전이 13번째로, 광역시로는 그리고 충청권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녀상 제작에는 김운성(50), 김서경(49) 작가 부부가 맡았다. 한편 같은 날 울산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진행되었다.

이날 대전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에는 권선택 시장을 비롯,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박범계 국회의원, 김용우 시민추진위 상임대표를 비롯하여 5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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