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산내학살사건 유해발굴 개토제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굴현장에서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아버지... 아버지......”

대전 산내 골령골(낭월동 산 13-1번지 일대)에서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아버지를 애타게 찾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골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과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23일 산내 골령골에서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 대량매장 추정지를 대상으로 유해발굴에 들어갔다.

▲ 개토제에서 한 유가족이 주저앉아 “아버지~”를 부르며 울부짖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유해발굴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유해발굴 현장에서 개토제가 진행되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김종현 회장은 고유문을 통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끌려온 선량한 사람들이 백주대낮에 군인과 경찰들에게 학살됐다”며 “영령들의 혼은 억울함을 풀지 못해 구천을 떠돌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에서 고통 받았고,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수십 년을 지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 정부가 산내 골령골 학살을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희생으로 공식 인정했음에도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받지 못했다”고, “영령들의 유해는 여전히 쓰레기처럼 방치돼 훼손되고 있다”며 “쪼개지고 부서진 유해일망정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공동대책위를 대표하여 인사말에 나선 도인호 목사(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전쟁범죄로 인해 죽었던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사과받고 배상받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민간차원의 시범유해발굴을 통해 추후 전체적인 유해발굴로 발전되기를 희망하고, 국가가 진실을 밝히는 일에 발 벗고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추도사를 낭독하며, 위령제지원조례 제정을 약속하는 김경훈 대전시의원.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인 김경훈 의원도 추도사를 통해 “오늘은 전국 각지 정의로운 여러분과 대전지역 시민들이 정부를 꾸짖는 날”이라며, “대전시를 비롯 지방자치단체를 부끄럽게 하는 날”이라 말했다.

이어 “비록 부분적인 유해발굴이지만 이를 계기로 영령들의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드리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해발굴에 나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대전시의회 동료 의원들과 함께 위령제지원조례를 발의하여 제정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개토제에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과 한국전쟁유족회 회원, 공동대책위 소속 단체 임원과 대전광역시의회 김경훈, 김동섭, 전문학 의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시범발굴지는 약 40㎡정도로,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 발굴단장인 박선주 교수가 유해 발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시삽식 후 약 40㎡정도에 해당하는 구역에 대해 유해발굴이 시작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공동조사단 발굴단장인 박선주 교수(충북대 명예교수)는 “산내 학살 사건은 군, 경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번 발굴을 통해 그 사실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내 학살사건은 한국전쟁기 최대 7천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군경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이번 유해발굴은 지난 해 2월 진주 유해발굴에 이어 민간차원의 공동조사단에 의한 2차 유해발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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