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를 둘러싼 공방이 진실 게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양국은 신년 초 북한의 공식적인 대미 대화 제안과 미국 측의 거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인신용 공격과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의 험한 반격, 급기야는 대화 제의를 둘러싼 진실 공방 등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1월 9일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시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미국 측에 제안했습니다. 검토할만한 새로운 카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10일, 미국 측은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한미 군사연습과 북 핵실험은 별개이며 둘의 연계는 부적절하다’며 “암묵적 위협”이라고 비난조로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이 1월 11일자 해설기사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과 한미 군사연습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 측의 입장을 타박하고는 “미국은 북한의 제안이 이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보지 못했거나 무시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조차 1월 15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의도를 한 번 더 시험해본다고 해서 미국이 잃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미국 측을 질책하고는 “북한의 새로운 제안은 제대로 대응할 가치가 있는 진지한 것으로 본다”는 미국의 민간 대북 전문가들 견해도 소개했습니다.

두 언론의 공통점은 북한 측의 제안에 대해 미국 측이 상투적으로 거절이나 반대만 하지 말고, 새롭고 진지한 제안인 만큼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검토해볼 수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언론의 비판을 받은 미국 측에서 기분이 상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1월 22일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공격을 제외한 경제제재와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체제 변화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정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북 붕괴론’ 발언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통한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엎드려진 물, 오바마 대통령의 잠재된 대북관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가만있을 리 없는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나섰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1월 31일 북 공군과 해군의 미 항공모함을 가정한 해상목표물 타격훈련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을 염두에 둔 듯 미국을 ‘미친개들’이라고 부르며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고 공언했습니다. 미국과의 대화를 접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1일 “김성(성김)이 이번 아시아 방문기간 우리와 만날 의향을 표시한데 대하여 평양에 오라고 초청까지 하였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30일 성김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베이징에서 ‘이번 동북아 순방 계기에 제3국에서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론입니다. 즉, 북미대화를 무산시킨 장본인은 방북 초청을 수용하지 않은 미국이지 북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나서 ‘북한 붕괴’, ‘미친개들’이라고 서로 험담하는 판이라 당분간 대화로 가기가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아울러 서로가 대화를 회피한다고 공방을 벌이니 진실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올해 3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가 곧 다가옵니다. 첩첩산중(疊疊山中)입니다. 북미 대화가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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