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1월 중 회담'이 전격적으로 제의된 후 신년 정초에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한 북측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왔지만 한달이 다 되도록 남북 대화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최근 북측이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방치와 종북론 확산시도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과는 역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연일 비난하는 가운데 통일부는 23일 북측의 의도를 '(남북)대화에 대한 수요와 의지는 있지만 유리한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소 까칠하게 분석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북측이 대북전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이어 종북논란 등을 연일 문제삼고 있는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번 신년사에서도 북한은 대화와 교류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밝혔고, 그런 대화에 대한 의지와 수요는 있지만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때 북한은 좀더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대화를 추진할 것을 의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러한 상황에서 계속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세움으로써 정부로 하여금 자기네(북)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응해 나오도록 그렇게 압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북측이 대화의지는 있는데, 유리한 대화환경을 위해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임 대변인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정말 우리 민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아주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같이 예정되어 있던, 이러한 행사와 관계없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추진되어야 한다"며,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을 논의하려면 시간이 없으므로 "북한도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우리 대화 제의에 호응해 나오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의 반응이 그다지 간단하거나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3일 개인필명의 논평 '과연 대화의지가 있는가'에서 지난 19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미국 '인권재단'이 경기도 파주에서 벌인 전단살포와 다음날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반공화국 삐라살포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남관계개선을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가 하는 것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남조선에서 삐라살포망동이 계속된다면 북남관계는 완전파탄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경고를 똑바로 새겨듣고 제 할 바를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앞서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가진 문답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현실은 남조선당국이 '대화'와 '진정성'타령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것은 한갖 여론기만술책이며 실지는 북남관계를 풀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경고한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대화에 필요한 분위기와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는 북측의 입장과 전제를 달아 대화를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남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임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관계없이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는 22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최근 법무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년업무보고를 하면서 '이적단체 해산'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등 '종북광란'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민족 내부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저지시키고 남조선 당국이 대미추종자세와 구태의연한 대결적 본색을 버리지 않는 한 북남사이에 그 어떤 진정한 대화도 관계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민화협은 "남조선당국은 대화상대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며 겨레의 지향과 념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반통일적망동을 당장 걷어치우고 북남관계개선을 위해 성실한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한·미 훈련 중단과 5.24조치 해제가 우선이라는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이산가족상봉? 무엇보터 해야 겠는가'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글에서 "총포성이 울부짖는 속에서 가족, 친척들이 뜨거운 형제의 정을 나눌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며 한·미 훈련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동족과의 만남이나 협력과 교류 자체를 법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남조선당국이 무슨 이산가족상봉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5.24조치 해제를 거론했다.
당시 사이트는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문제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많은 일이 저절로 풀리며 또 빠르게 진척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