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단체가 정부의 뒤통수를 쳤습니다. 지난 19일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년업무보고를 했는데, 그날 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미국 인권재단 관계자들이 경기도 파주시 문산 쪽에서 비밀리에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입니다. 앞서 15일에는 정부당국이 전단 살포 자제 요청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19일 오전 통일부는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5년 통일준비 부문 업무계획’에서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를 ‘한반도 통일시대를 개막하는 해’로 자리매김하겠다며, 북측과 (가칭)‘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를 구성해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당국에 한 가지 묻고자 합니다. 한반도 종단철도 시범운행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남측 혼자서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북측과 함께 해야겠지요. 그리해야 철마가 남측에서 북측으로 굉음을 내며 움직여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 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북측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놓은 통일부의 2015년 업무보고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는데, 전단 살포 문제조차 못 푸는 것을 보니 한반도 종단철도 시범운행은 ‘부푼 꿈’이 아닌 한갓 ‘헛꿈’에 지나지 않게 될 판입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이제 남북대화 여부의 시금석이 되었습니다. 북측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경고를 해왔습니다. ‘조준사격’도 꺼냈고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대북 삐라 살포에 고사총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21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19일 대북 전단 살포를 두고 “무맥한 현 남조선당국과 상종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경고성 조롱을 하기도 했습니다.

북측만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접경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단체가 호응하고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했으며, 특히 법원도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선 당국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지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에 가까운 다수가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북측과 대화를 하고 싶은가 아닌가의 문제입니다. 북측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그리하여 한반도 종단철도를 시범운행 하고자 한다면 탈북자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합니다.

정부가 앵무새처럼 되뇌는 ‘표현의 자유’는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미 똑같은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할, 광화문에서의 세월호 풍선 날리기를 막았으며 또한 ‘토크 콘서트’ 신은미 씨를 강제출국 시키는 이중잣대를 보여 왔습니다. 나아가, 전단이 살포될 경우 북측이 예고한 대로 조준사격을 한다면 국민 안전이 위태로워짐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표현의 자유보다 국민의 생명이 더 중요함은 불문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고개를 숙이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같은 민족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굴욕이 아니라 소통이자 단결인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정부당국이 지금 처지에서 그렇게 못한다고 칩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이 전단 살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당국이 전단 살포를 막는다면, 이는 북측의 입장에 따르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됩니다. 그래도 못하겠다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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