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는 2015년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 호흡이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북측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직접 발표한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 마련”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 제1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중단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고위급회담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고위급대화의 형식까지 제시한 것입니다.

남측의 대처도 빨랐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신년사 발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간 대화 및 교류에 대해 진전된 자세 보인 데 대해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면서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29일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회담을 1월 중 갖자고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북측에 회담을 공식 제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라고 비난하고 있어 형식에 있어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류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대화 형식에 구애 받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통준위 옵션은 풀린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측이 제기한 ‘고위급접촉’과 ‘부문별회담’ 나아가 ‘정싱회담’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련의 남북관계 흐름을 보면 이전과는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차별성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김 제1위원장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점입니다. 이는 김 제1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통해 내부 비판이나 대외 발언에 있어 ‘직설적 화법’을 가끔 사용하는 것의 연장선에 있는 듯싶습니다. 중요한 건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정상회담’을 꺼냈기에 무게감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최근 남북이 주고받는 공방이 탁구의 숨 가쁜 랠리처럼 엄청난 속도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측 신년사 발표 이후 남측이 그 분석을 끝낸 뒤 당일에 곧바로 통일부 장관이 브리핑을 할 정도라면 대화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진정성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둘 다 복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분위기 조성이 이뤄져야 하고 또 너무 빨리 남북대화를 서두르다 보면 급히 먹은 밥이 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단 70년이 주는 교훈은 엄중합니다. 분단 상황에 파열구를 내기 위해서는 남북이 머뭇거리거나 회피할 겨를이 없습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자’고 호소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도 1일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일흔 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했습니다. 이렇듯 남과 북이 광복 70년, 분단 70을 맞는 2015년을 엄중히 여기고 있기에 새해 벽두부터 벌어질 남북대화에 큰 기대를 갖고자 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