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4일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친서에서 감사와 초청의 인사에 이어 "우리는 선대 수뇌분들의 숭고한 통일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의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다짐을 표시했다. [사진제공-김대중평화센터]

정부는 지난 24일 개성에서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와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의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에 대해 향후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혀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와 김양건 비서의 발언에 대한 정부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북한이 민간에 전달한 친서에 대해서 정부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민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남북관계 주무부처로서 최소한의 평가라도 있을 것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주무부처로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남북관계 관련해서 향후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부당국간 접촉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 북측이 민간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논평하지는 않겠지만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내년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어가려고 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개성 재방문은 지난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를 맞아 추모화환을 보낸 양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북 김양건 당 비서가 전례없는 재방문 요청을 한 것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한해 마감을 며칠 남기지 않은 시점에 재방문이 성사되면서 북측이 들고나올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김 제1위원장은 김 위원장 3주기를 하루 지난 18일자로 작성된 친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추모화환을 보내준데 대한 감사와 내년 봄 초청의 뜻을 밝히고 "우리는 선대 수뇌분들의 숭고한 통일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의 통일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을 표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현정은 회장에게 보낸 친서에서도 김 위원장 3주기에 보내 준 추모화환에 대한 감사와 방북 초청의 뜻에 이어 "현정은 회장선생의 사업에서 언제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메시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가 친서를 전달받은 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가진 방북 결과 설명 자리에서 "김양건 비서가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금강산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한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이사의 전언을 종합하면, 김양건 비서는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내년도 광복 70돌 남북 공동 문화행사 개최 등을 위한 협의에도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최근 남측 고위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와 5.24조치 해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 수 있다고 한 것이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미국 방문 길에 북과의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발언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조화전달을 위해 개성을 방문했던 박지원 의원도 돌아오는 길에 "북한의 대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원동연 아태 부위원장이 내년 6·15선언 15주년을 계기로 남북이 화해 협력을 다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북측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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