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산악회가 21일 인왕산을 올랐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지난 12월 21일 ‘6.15산악회’는 인왕산을 올랐다. 매서운 추위로 회원들의 참여가 적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34명이라는 적지 않은 회원이 참가하며 성황리에 등반은 시작되었다.

한양성곽은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 등 네 개 산의 능선을 따라 지어졌는데, 우리는 이중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알려진 인왕산을 넘기로 하였다.

한양도성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5년이 되던 해인 1396년 축조된 이래 1910년 한일병합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성곽으로 기능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도 최근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신청하기로 하였을 만큼 우리에게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번 산행의 출발점은 한양도성과 같은 시기에 건축된 <사직단>으로 하였다. 사직단은 궁궐을 기준으로 좌묘우사(左廟右社)라 하여 경복궁의 좌측에 종묘, 우측에 사직을 두는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의 원리에 따라 배열된 것이다.

종묘는 역대 국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지는 곳이며, 사직단은 국가에서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이처럼 종묘사직은 유교국가인 조선의 ‘왕실과 나라의 상징’이다. 따라서 태조 이성계는 한양에 도읍을 정하면서 궁궐과 함께 종묘와 사직단을 가장 먼저 세웠던 것이다.

그저 일반인들에게 <사직공원>으로만 알려진 이곳의 의미를 이렇게 되새기며 우리의 등반은 시작되었다.

▲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 본 성곽길.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시간이 허락한다면 성곽 주변의 여러 역사적인 장소들을 둘러보면 좋겠지만 역사기행이 아닌 산행이고, 또 건강상의 문제로 두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는 관계로 비록 성곽길 옆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모든 곳을 찾아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인왕산 성곽길 주변은 조선역사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곳들이 무척 많다.

성곽을 쌓으며 성안에 넣을 것이냐 마냐의 문제로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논쟁을 벌였던 <선바위>, 그리고 남산에 모셔졌지만 일제시대 이곳으로 쫓겨난 <국사당> 등이 바로 성밖에 있으며, 인왕산 정상에서 경복궁 쪽으로 펼쳐진 <치마바위>는 중종반정으로 쫓겨난 단경왕후 신씨가 자신의 서방이자 임금이었던 중종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기 위하여 치마를 널어놨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애틋한 사랑이 전하는 이 바위는 일제강점기 1939년 가을, 서울에서 이른바 ‘대일본청년단대회’를 개최하면서, 이를 영원히 기리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이곳 치마바위에 이를 기념하는 다음과 같은 글씨를 새겨 놓았다.

▲ 일제시대 인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글자 흔적들. [사진 - 유영호]

오른쪽부터 그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줄 : 東亞靑年團結(동아청년단결)
둘째 줄 : 皇紀 二千五百九十九年 九月 十六日(황기 2599년 9월 16일)
셋째 줄 : 朝鮮總督 南次郞(조선 총독 미나미 지로)
네째 줄 : 작은 글씨로 한 열에 28글자씩, 네 줄 길이로 대일본청년단대회를 개최한다는 사실과 기념각자를 남기는 연유를 한자(漢字)로 서술한 내용이 잔뜩 새겨져 있었으며, 그 말미에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장 시오바라 토키사부로(鹽原時三郞)’라는 한자 글귀가 자리했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학습하며 가기에는 가파른 산길이라 쉽지 않았고, 이러한 역사와 의미를 새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이라 만만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그 정상까지 오르기에는 숨가쁘게 올라야 했다. 산을 오르며 펼쳐지는 서울 전체의 모습을 보는 것도 멋진데, 인왕산은 다른 산과 달리 청와대 우측에 위치한 산으로 곳곳에 경찰들이 무전기를 들고 서 있으며, 산 허리쯤에는 군부대가 있어 발칸포와 레이다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수도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지만, 이런 아름다운 산에 군사기지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 과메기를 곁들인 즐거운 시간.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이렇게 오른 인왕산.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뒤쳐진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그런데 강남순 부부의 푸짐한 안주가 우리를 무척 기쁘게 한 것이다. 겨울의 별미 과메기를 챙겨 온 것이다. 여러 음식재료들이 어우러져 맛을 내는 과메기를 챙겨왔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이렇게 즐겁게 목을 축이고 정상에 오른뒤 평소의 산행과 달리 식사는 하산 후 따로 식당에서 하기로 하였기에 바로 <창의문>쪽으로 하산하였다.

인왕산을 내려와 청운동공원을 통해 광화문 쪽으로 내려갔다. 이곳 청운동공원 옆으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청운동자택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자하문로에 이르러서는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우리가 예약한 식당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이 자하문로 역시 경복궁과 나란한 길로 우리의 발걸음 하나 하나가 모두 역사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경복고등학교 동쪽 일대는 1968년 1.21청와대습격사건 때 북의 무장조직과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며, 바로 그 아래 있는 <로마교황청대사관>은 지난 로마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숙소로 이용했던 곳이다. 또 그 아래 위치한 <무궁화공원>은 1979년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져간 <궁정동 안가>의 자리이다.

이 일대의 역사는 이런 지난날의 과거에 머무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그 옆에 위치한 <청운효자동주민센터>는 가장 최근까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자리이기도 하다.

▲ 2012년 1월 손녀와 함께 청와대 옆 재래시장 <통인시장>에 나타난 이명박 전대통령. 당시 이 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지며 손녀가 입고 있던 잠바가 명품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있었다. [사진 - 유영호]

이렇게 하산을 하고 서울 도심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 일대는 그야말로 역사교과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듯이 곳곳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쓰여져 있는 것이다. 조금 아래<통인시장>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전대통령이 손녀들 데리고 방문했던 곳인데, 함께 온 손녀의 옷이 소위 명품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광화문 쪽으로 내려가면서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 추사 김정희의 집터, 시인 이상의 집 등 두꺼운 역사책을 넘기듯 우리는 역사 속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우리의 식사장소로 예약된 곳은 광화문 내수동의 <용비어천가>라는 빌딩은 요즘 같은시대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빌딩의 명칭이다. 바로 이곳이 우리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의 살던집터라는 사실을 알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 길의 남쪽 끝에 위치한 건물에 <한글학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며 세종대왕-주시경-한글학회로 이어지는 이 길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았다.

이렇게 도착한 식당에는 다른 행사로 인해 산행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산악회의 1년 마무리 산행이니 뒤풀이에 참가한 몇 몇 분들이 결합하면서 40명이 넘는 회원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되었다.

▲ 평통사 김종일 대표의 식당 강연.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그리고 여기서는 이번 산행에서 날씨관계상 산 위에서 못한 <산상강연>을 서울평통사 김종일 대표가 해주셨다.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된 뒤며, 최근 미국의 동북아정책이 변화면서 앞으로의 새해 정세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정전협정 상태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결코 군사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앞으로의 평화를 논할 수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하여 좀 더 깊은 학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해주는 좋은 강연이었다.

이런 강연을 마치고 우리 ‘6.15산악회’의 2014년 마지막 산행이자 송년회가 된 뒤풀이를 여러 회원들과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 6.15산악회 깃발을 날리며[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눈을 이고 있는 바위.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최근 3년 6개월 실형을 살고 만기 출소한 후 첫 산행에 나선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적응이 안 돼 옛날과 달리 많이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열성 여성회원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아름다운 하산길 너머 멀리 삼각산 능선이 보인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성곽 앞에서.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군데 군데 철조망 앞에서 보초를 선 군인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전체 기념사진.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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