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을 맞아 매서운 한파가 닥쳤습니다. 이 추위만큼 일년 내내 얼어붙은 올해 남북관계가 결빙(結氷)된 채 그냥 해를 넘기나 했더니 여기저기서 약간의 부산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하루 앞둔 16일에만도 김대중평화센터 측과 현대아산 측이 추모 화환을 전달하기 위해 방북했다 돌아왔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명의 추모 화환을 전달하기 위해 이날 방북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북한의 대화 의지가 강하다고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박 의원은 북측이 “북측 총정치국장 등이 남한을 방문, 여러 인사를 두루 만나고 돌아온 지 3일 만에 돌출행위가 나타나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말을 했다”면서 “내년이 6.15선언 15주년이 되니 이를 계기로 남북이 화해 협력을 다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알렸습니다.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도 이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명의의 추모 화환을 전달하기 위해 방북했습니다. 조 사장은 “(북측이) ‘현정은 회장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맞아 추모 화환을 보내준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한다’는 김정은 제1비서의 말을 전했다”면서 “북측이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좀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이나 조 사장의 전언은 조화 전달에 대한 북측의 덕담 차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일말의 바람이라, 최근 강추위를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제주도에서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와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의 현안들을 북측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놀라움을 준 바 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미국을 방문 중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대북정책에 대해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은 압박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력했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11일에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요지의 말을 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현 남북관계의 상황과 다소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북측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기에 생뚱하다고 치부해버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취임 초부터 남북 국회회담 개최 의사를 밝혀온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내년 국회의장 신년사에 북쪽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자고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혀 주목됩니다. 남북 정부간 통로가 꽉 막혀 있을 때 국회가 새로운 대화 통로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한 시도가 될 것입니다.

박지원 의원과 조건식 사장의 가장 최근의 북측 분위기 전언, 류길재 장관의 남북대화 필요성 강조 그리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남북 국회회담 개최 의지 등은, 지난 10월 초 북측 실세 세 사람의 인천 방문에서 비롯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무산과 이희호 여사의 방북 연기 등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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