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나무를 심을 경우 3~5년에 한번씩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썩거나 말라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화분속에 꽉찬 뿌리로 인해 물이 고이거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 북제주군 저지리에 자리하고 있는 '생각하는 정원'를 찾는 방문객들은 분재의 이런 속성에 대해 해설을 들은 뒤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은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고 말했다.

또 수십년된 분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나무와 같은 높이가 아니라 허리를 낮추고 밑에서 쳐다보며 보아야 튼튼하고 잘 뻗은 뿌리의 모습, 연륜을 나타내는 자태, 조화와 변화를 갖춘 가지의 방향 등 분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가르쳤다.

▲ 정원내 각국 방문객들이 남긴 방문소감을 모아 놓은 곳에 걸려있는 편액.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게 됩니다.' [사진-이승현]

개척에 나선지 46년, 1992년 분재예술원으로 개원해 운영한 22년 동안 이곳에는 북측 고위 인사들이 세차례 방문했다.

이곳을 처음 찾은 북측 인사인 김용순 노동당 비서는 방문을 마치고 남긴 글에서 "내나라, 내조국을 위해 재능과 로력을 깡그리 바치자! 분재예술원을 고도의 인내를 가지고 가꾸신 성범영 내외분들에게 경의를 드린다. 주체89(2000)년 9월 12일 김용순"이라고 썼다.

▲ 2000년 9월 이곳을 방문한 당시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남긴 글. 이 글은 생각하는 정원내 일반 공개구역이 아니라 몇년 전에 새로 만든 시크릿가든 내 영빈관에 전시돼 있다. 당시 김 비서는 "나는 다른 과목은 다 만점이었는데 서예만은 빵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곳에 왔으니 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성 원장은 껄껄 웃으며 전했다. [사진-이승현]

2주일 쯤 지난 2000년 9월 25일에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가진 후 조성태 전 국방장관과 함께 북측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이곳을 방문했고 수행한 김현준 소장은 "농부의 슬기와 재능은 세상이 알아야 한다. 민족의 아름다운 문화에 보탬하는 농부의 한 생에 경의를 표한다. 9.25. 김현준"이라는 휘호를 남겼다.

또 2005년 12월 4일 제17차 남북 통일부 장관급 회담일정 중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측 단장이 이곳을 방문했다.

성 원장은 북측 고위인사 40~50명의 방문을 기억하면서, 저서 '생각하는 정원'에서 "분재는 3년 내지 5년이 되면 뿌리가 화분에 꽉 차게 자라 그냥 놔두면 나무가 죽게 된다. 그래서 겨울 휴면기에 화분에서 뽑아 뿌리의 일부를 잘라내고 분토를 일부 털어내어 다시 심는 분갈이 작업을 해주는데, 이렇게 관리를 잘해주면 땅에서 키우는 나무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 자신도, 나아가 사회도 제때 개혁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상이 불순한 지난 5일 10년만에 가보게 된 제주도에서, 내 머릿속에서 잘라야 할 생각의 뿌리는 무엇인가라는 화두 하나 얻어왔다.

▲ 모과열매 하나 멋있게 달려있다. [사진-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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