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고향을 찾아 부모님 임종도 못한데 대해 사죄하고 성묘했습니다` 63명의 재일 조선인총연합회(총련) 1차 고향방문단 63명을 이끌고 지난 22일 모국을 방문한 박재로(77) 단장(총련 부의장 겸 조선신보사 회장)은 주말에 고향을 다녀온뒤 아직도 귀향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목소리가 상기돼 있었다.

그는 모국 방문 이틀째인 23일 귀향한 날 다섯 시간여에 걸쳐 조부모와 부모, 형, 누님, 큰아버지 묘를 포함해 모두 9기의 묘소를 찾아 성묘했다며 반세기 동안 쌓이고 쌓인 한을 다소나마 풀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날 저녁 처가 식구들을 호텔로 초대해 일식당인 세끼테이(石停)에서 저녁을 대접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부모님 성묘 소감은.

▲20여년전 부모님(부 朴春相. 모 吳梨華) 사망 소식을 들었지만 당시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한국에 올 수 없어 일본에서 식구들과 함께 상을 차리고 사진만 놓고 장례식을 치렀다. 부모 임종도 못한 죄를 사과하고 많이 울었다.

-- 가족들만 만났는지.

▲서울에 사는 조카(박효덕.朴孝德)와 함께 고향인 경북 의성군 비안면 산재동(일명 모산)에 갔는데 마을 주민 50여명이 마을 입구에 `박재로 선생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어놔 깜짝 놀랐다. 비안공립보통학교 동창생 등 어릴 적 친구를 여섯 명이나 만나 쌓인 회포를 풀었다.마을 주민들께 감사한다.

--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그냥 반갑고 즐겁게 맞아준 것 외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동장님도 함께 환영해줘 24일에는 동사무소 회관을 빌려 마을 주민들을 다 초대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했다. 한쪽에서는 윷놀이판을 벌여 모두들 즐겁게 어울릴 수 있었다. 고향이 좋다는 말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 올해 몇 차례나 총련 동포 고향방문이 있을 예정인가.

▲몇 차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총련중앙에서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안다.

-- 계속 단장으로 오시는지.

▲아니다. 고향 방문할 사람 많다. 나만 어떻게 자꾸 오겠나.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단장으로 올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민족의 단합을 위한 물꼬가 터졌다. 이 분위기를 잘 살려 남과 북, 해외 우리 민족이 결합하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 고향을 떠난 이유와 총련과의 인연에 대해 말해달라.

▲41년 고학을 하려 도일했고 43년 한 차례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지난 73년과 85년 남북 적십자회담때 서울을 방문했으나 당시는 친척들을 하나도 만나지 않았다. 해방직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말자. 인도적 차원의 민족재결합을 위한 우리의 첫 방문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한국 언론도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연합200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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