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중인 미국인 케네스 배 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를 8일(현지시간) 전격 석방했습니다. 석방 뒤에는 언제나 배후 인물이 있는 법. 이번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나섰습니다. 아울러, 클래퍼 국장은 미국인 석방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왜 클리퍼일까요? 지금까지 북한에 들어가 억류자들을 구출해내는 것은 주로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정보기관 16개를 총지휘하는 장관급 인사로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억류 미국인 석방교섭에 나섰던 전직 대통령보다 무게감은 덜하지만 실권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무슨 친서일까요? 클래퍼 국장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전달된 친서는 ‘짧고 명료한’ 내용으로 클래퍼 국장이 억류 미국인들의 귀환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 특사’라는 점이 명시됐다고 합니다.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래도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클리퍼 국장과 오바마 친서를 접한 북한 측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억류 미국인들의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석방을 지시했고, 두 사람은 범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성실히 복역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합의 뒤에는 상호간 만족이 있는 법. 이번 미국인들 석방도 북한과 미국이 만족을 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전직 대통령을 보냈다가 북한 측으로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 효과를 봤으며, 북한으로서는 전직 대통령이 아닌 현직 정보 책임자를 불러 정치적 활용 이상의 내용을 챙겼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 체류중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북한 고위 관리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가 ‘억류 미국인들의 귀환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 특사’임은 맞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 측 인사들과 미국인 석방만을 나눴을까요? 그리고 북한이 그 정도로 미국인들을 석방했을까요? 북.미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번 석방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걸림돌이 제거된 것은 맞습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하거나 위급할 때 한 말을 잊지 않는 법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tough and direct diplomacy)’로 북핵문제를 풀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았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기간으로는 결코 짧지 않습니다. 이번 클래퍼 국장의 방북이 오바마 행정부의 터프하고 직접적인 대북 대화의 출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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