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상/ 6.15산악회 회원


▲ 만월암 뒤편 너럭바위에서 단풍처럼 통일 열정을 불태우는 마음으로 함께 자리한 6.15산악회 회원들. [사진 제공-이창훈]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빛 고운 산색에다 위용을 자랑하는 기암괴석과 솟아오른 암봉들의 당당하고 멋진 풍광이 어우러질 10월의 도봉산행은 다른 때보다 설렘이 더했다. 6.15산악회(회장 권오헌) 회원들과 더불어 통일 열정과 바람을 다시 확인하며 오르는 산행이라 더욱 기대를 갖게 했다.

10월 정기산행이 있는 19일, 이른 아침부터 부산했다. 이번 산행부터는 꼭 9시에 등반을 시작하자고 산악회 회원들이 결의를 다졌던 터라 아침부터 도시락에 준비에 시간을 맞추려니 적잖이 몸도 마음도 바빴다.

부랴부랴 약속 장소인 도봉산 만남의 장소에 도착하니 다행히 9시 전이다. 낯익은 얼굴들이 웃음으로 반긴다. 그런데 9시에 곧바로 출발하기에는 도착한 회원들 수가 많지 않다. 그래도 다들 이번 산행에서 9시 출발을 지키려 애쓴 덕에 다른 때보다 이른 시간에 회원들 31명이 산을 오를 수 있었다.

▲ 산을 오르기 전 바라보이는 도봉산의 위용. [사진 제공-윤혜상]

회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이번 산행의 주행 코스로 정한 도봉산탐방지원센터의 왼쪽 길로 접어들어 등산객이 그리 많지 않은 만월암 쪽으로 길을 잡아 산을 오르고, 다른 한 팀은 오른쪽 길로 산을 올라 나중에 청룡사 터에서 만나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가을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도봉산을 눈에 담고 가슴에 품으려는 이들이 어찌 우리뿐이겠는가. 도봉산에는 가을 산행을 만끽하려는 등산객들로 넘쳐났다.

산을 오르는 동안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 숲, 어깨를 건드리며 잎을 떨구는 나무들, 푸른빛을 더하며 높아만 가는 하늘, 멀리 둘러선 깎아지른 기암의 봉우리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해사한 미소가 어우러진 정취와 경관은 이루 말 못할 감흥을 안겨줬다.

그저 “와, 멋지다!, 아름답다, 도봉산 끝내주네!” 하는 말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 단풍이 물들어가는 도봉산. [사진 제공-윤혜상]

산을 오르는 내내 멀리 숲 사이로 나타나 기암들이 보여주는 도봉산의 경관은 탄성이 절로 나게 했다. 주변 경치에 눈길을 주다 잠시 발을 헛딛기도 하고, 더러 눈앞에 펼쳐진 경치에 취해 멈춰서기도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산에 올랐다. 그렇게 가을 도봉산에서 마음을 잠시 빼앗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산을 오른 지 두 시간이 좀 못 되어 깎아지른 바위 틈 사이에 어떻게 이런 암자를 지었을까 싶은 만월암에 이르렀다. 암자를 지나쳐 뒤편 편편한 바위 등성이에 올라 잠시 땀을 식힌 뒤 산신각을 끼고 산을 올라 포대정상이 이르기 전 다락능선 쪽으로 길을 잡았다. (사실 이날 우리가 다락능선에서 만경대로 간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선두를 따라 단풍 든 경치에 눈길을 빼앗기며 산을 올라 정확한 코스나 지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것들은 전적으로 글쓴이의 기억에 의존했다.)

▲ 만월암 뒤 바위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산악회 회원들. [사진 제공-윤혜상]

▲ 6.15산악회 회원들이 '만경대'에서 도봉산 주봉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윤혜상]

▲ 오른쪽에 보이는 바위가 일명 냉장고 바위이다. 뒤로 도봉산 주봉들이 보인다. [사진 제공-윤혜상]

도봉산 다락능선에는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여러 바위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산악회가 만경대라 이름 붙였다는 전망이 좋은 바위에서 도봉산의 주봉을 마주보며 잠시 사진도 찍고 경치를 감상했다. 그곳에서 건너다보이는 도봉산 주봉인 자운봉(해발 749.5미터)과 만장봉, 선인봉 등 기암 봉우리들의 경관은 절경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곧 일명 만경대라 불리는 바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냉장고 바위’로 이동했다. 정말로 바위가 네모반듯하고 위와 아래가 분리되어 마치 냉장고처럼 보여 그리 불리는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그 지역 곳곳에는 도봉산의 경관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바위들이 많았다. 한 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건너편으로 망월사의 전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 도봉산은 곳곳의 능선 바위에 올라서면 사람도, 산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사진 제공-윤혜상]

이날 아쉽게도 기암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았지만 산행 중간에 만난 돌길과 산길은 아기자기한 산행의 즐거움과 지루하지 않게 걷는 재미를 쏠쏠히 안겨주었다.
또한 곳곳의 바위에 올라앉으면 도봉산의 암봉과 기암, 그리고 광대한 산세와 풍광을 만끽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 다락능선 쪽에서 건너다보이는 만월사의 모습. [사진 제공-윤혜상]

12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라 마냥 도봉산 경치에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점심식사와 산상강연 등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청룡사 터 쪽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늦게 몇몇 회원이 도착해 합류하고, 각자 정성껏 싸온 점심 도시락으로 도란도란 모여앉아 점심을 함께했다.
이날 반찬의 백미는 산초간장조림이었다.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맛나다’는 표현을 글쓴이는 연거푸 했지만 다른 회원들의 생각도 같은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이날 다른 쪽 길로 산을 오르려던 회원들은 정해진 장소에서 끝내 만나지 못했다. 따로 산행을 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 도봉산은 다른 산에 비해 등산코스가 꽤나 많고, 산을 오르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등산로가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나 있는 편이다. 그래서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잘못 길을 들 수도 있어 정해진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었다. 다함께 했으면 좋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 분단 70년, 조국통일 염원 70년이 되는 2015년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할 것인가를 돌아보고 성찰하게 해준 산상강연. [사진 제공-윤혜상]

점심 이후 범민련 김세창 국장의 ‘분단 70년, 조국통일 염원 70년인 2015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와 다짐‘이란 주제가 담긴 산상강연이 이어졌다. 2014년을 사는 우리가 어려운 시대, 변화된 시절을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마주할 것인가 하는 깊은 성찰과 반성, 그리고 실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족민주 역량의 재편기와 민족 내부의 발전기로서 무척 중요하고 엄중한 시기였던 1946년의 해방 정국과 대비해 조국통일의 문을 열어가는 6.15 공동선언의 주인답게 2015년을 준비하자고 강연 내내 열정 어린 어조로 힘주어 말했다.

다음으로,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가 10월 초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이 남한을 방문한 배경과 파급력에 대해 분석하면서 이후 고위급 회담의 성사 여부, 남북 관계와 정세의 변화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 이제 막 단풍이 들어가는 도봉산 주봉들의 모습은 통일을 염원하고 열망하는 우리들의 바람처럼 우람차고 늠름하다. [사진 제공-윤혜상]

강연을 마치고 나니 오후 햇살이 단풍이 물들어가는 산의 품 안으로 깊숙이 기울어져 비췄다. 아직 절정에 다다르지 않았지만 단풍과 어우러진 산악미를 차곡차곡 눈과 마음에 담으면서 녹야선원 쪽으로 길을 잡아 서울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도봉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면서 통일을 염원하고 열망하는 우리가 2015년을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화두는 타오르는 가을 단풍처럼 우리들 마음에 연대와 단결의 붉은 화인으로 남겨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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