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30일로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에 북한이 답이 없자 28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수용촉구 전통문을 보냈다. 그리고 전통문 발송 이유로 북한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마치 정부가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함으로 인해서 정부 입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단체들로 하여금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비판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남남갈등을 정의했다.

북한의 전단살포 반대입장과 정부 입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단체들의 입장이 동일하기 때문에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를 비판하는 단체들과 지역주민을 싸잡아 북한의 뜻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북한의 체제를 옹호하고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이른바 종북세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것은 북한이 유발하는 남남갈등이라는 정부의 입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10월 초 연천에서는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간 총격전이 오간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25일 파주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려 할 때 이를 완강히 저지한 것은 주민이었다. 여기에 진보단체도 가세했다.

지역주민들은 왜 우리를 못살게 구느냐고 아우성쳤다. 대북전단을 보내려면 서울 가서 보내라고도 했다. 평화롭게 삶의 터전에서 먹고 살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이 외침이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반대와 같은 입장인가? 이들이 북한에 동조한 것인가? 남북 간 총격전을 겪은 주민의 입장에서 대북전단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생존권의 문제였던 것이다.

북한이 남한 주민의 생존권을 염려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했나? 북한은 오히려 자신들의 체제안전을 위해 반대했을 뿐, 남한 주민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북전단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남남갈등이 생겼다고 요상한 말을 했다. 북한의 위협과 남남갈등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오히려 대북전단이 위협적인 존재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지닌 국가가 대북전단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닐까. 2012년 10월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그런 이유로 막은 것 아닌가.

국가가 지켜주지 않아 스스로 생명을 지키겠다는 지역주민이, 북한이 유발한 남남갈등 동조자라는 궤변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사회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자유로운 의견이 쏟아지지고 갈등으로 촉발될 가능성은 민주주의 국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헌법 가치로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에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단체가 갈등구조에 놓여있고, 지역주민들은 단순하고 절박한 생존권 문제가 걸려 있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국가가, 어찌 일개 탈북자 단체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주민들, 그리고 진보단체라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일진데, 이들을 두고 북한의 편에 서있다고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국가의 역할은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일이다. 대북전단으로 국민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면 대북전단의 문제가 무엇이고 왜 이토록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피와 땀으로 세우고 지켜온 대한민국은 봉합은커녕 비판의 뒤에는 북한이 있다고 의심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국민을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북한과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리고 분단을 통일로 바꿔 통일대박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만 내보내는 정부가 통일대박의 큰 꿈은커녕 국민대통합 시대를 만들어 갈 능력조차 있는지 걱정이다. 어찌 이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는가. 탄식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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