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접촉(긴급접촉)과 관련, 남측이 먼저 북측에 비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내세운 남북관계 투명성 원칙을 어긴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있다.

이와 함께, 남북 긴급접촉 수석대표의 '급'을 두고 북측은 특사 자격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통보,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했지만 민간인 신분인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내세운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번 남북 긴급접촉과 관련,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사전에 이것은 남북간에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서해 상에서 함정 간 교정이 발생하고, 연천에서 총격이 발생하는 등 당시 남북관계의 상황이 예민한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우리 측은 좀 더 실질적인 협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공개 접촉을 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긴급 단독 접촉을 제안했고, 서해교전 등 엄중한 사안을 논의하는 것이고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앞둔 예민한 시기였기에 정부는 비공개 접촉으로 하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남북 긴급접촉 대표단 명단 교환 시, 북측이 "비공개 접촉을 위해 정찰총국장과 대표 2명이 나갈 것"이라며 남측의 '비공개' 요구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북측의 긴급접촉 제안을 두고 회담 비공개를 요구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측이 먼저 비공개를 요구했다는 점은 정부가 내세운 남북관계 투명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1차 고위급접촉 당시 북측이 비공개를 요구했지만, 남측이 투명성 원칙에 따라 일방적으로 공개했던 사례에 비춰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투명성이라는 것은 영원히 숨겼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협의 진행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느 시기에 적절한 성과가 나왔을 때 공개는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5일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접촉을 두고 남측이 먼저 비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남북 긴급접촉 비공개 여부와 관련, 지난 16일 북측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가 밝힌 7일, 8일, 10일에 보낸 세 차례 '각서' 내용에는 남측이 비공개를 요구했다는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비공개를 합의했다는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

오히려 북측은 긴급접촉 당일 오전회의에 앞서 공개하자고 했지만 남측이 비공개를 요구해 수용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북측 '공개보도'는 "이번 접촉이 북남관계 개선의 오솔길을 대통로로 만들고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시려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높은 뜻을 받들어 마련된 것만큼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며 "이에 대해 남측은 머뭇거리며 저들끼리 수군덕거리더니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해 나섰다"며 비공개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일단 남북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남북 긴급접촉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점에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담 직전 북측이 공개를 요구하고 남측이 거부했는지는 남북의 의견이 갈리고 정확하게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한 가지 짚을 대목은 남측이 당시 오후회담에서 언론보도를 이유로 공개로 선회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당시 남북 긴급접촉은 <조선일보>의 보도로 인해 이미 오전부터 언론에 확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국방부가 오전에는 언론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확인해줄 수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오후회의 이후 회담 공개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회담을 결렬시킬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북측 공개보도는 남측이 오후회의에서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공개입장으로 돌아선 사실을 공개, "전부 공개하자고 한 우리의 요구에 불응하여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던 남측의 돌변한 태도였다"고 밝혔다.

임병철 대변인도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그날 군사 당국자접촉이 열린다는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계속 확산이 되고 있는 상황을 우리 당국은 감안을 했던 것"이라고 북측 '공개보도'를 인정했다.

그리고 "오후회의가 속개한 직후에 이것을 국민들에게 우리가 알려야될 필요성이 있었고, 이것을 북측에 전달한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가 나중에 공개해야 되겠다고 결과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시인했다.

정부 "류제승 남측 수석대표, 국가안보실장 위임받은 것..문제없다"

이번 남북 긴급접촉에서 북측이 김영철 특사의 상대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했지만, 민간인 신분인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나가는 것이 급에 맞느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양측의 최고 실권자가 어떠한 권한을 위임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겉으로 나타나는 직위 자체만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군사당국자접촉 수석대표 급을 두고 "안보실장의 위임을 받아 임명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없다고 말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임 대변인은 "양측 당사자가 어느 정도 비슷한 권한을 위임받은 그런 상대방이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 오히려 회담에 더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김영철을 북한이 특사로 보낸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국방부 정책실장을 안보실장의 위임을 받아 수석대표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여러가지 고려했다. 북측이 정찰총국장 내보냈으니 군인이고, 북측이 이번에 군사문제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다룰 적임자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남북 긴급접촉은 서해 교전과 연천 교전 상황 이후이고,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기에 국방부 정책실장이 수석대표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측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회담 단장이 아닌 '특사'의 자격으로 내보냈다는 점에서, 민간인 신분인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급에 맞는지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측은 전통문이 아니라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각서' 형식으로 보냈기 때문에 정부가 북측의 제안을 무게감있게 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측은 '공개보도'에서 김관진 실장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국가안보실장이 아닌 아무런 권능도 없는 한갖 국방부 정책실장을 대신 내보내겠다고 한 것은 우리가 특사급을 낮추거나 급수 또는 격을 놓고 시비를 걸게 만들어 긴급접촉 자체를 지연시키거나 완전히 무산시켜보려는 교활한 속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남북 군사당국자접촉 폭로에 대해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앞으로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서 좀 서로 신뢰를 축적해 나가고, 관계가 좋아지면 이러한 일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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